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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Aug 22. 2023

눈물은 무슨 맛일까

현실을 버리고 미래를 생각하다니

  TV 드라마를 보다가 몰래 울먹거리기도 하는 그이가 어느 날은 "아빠 찾아 삼만리를 보면서 마음이 감동되어 울었다." 이야기를 했다. 별일이다. 사람들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 따라 살아가는 거지.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일이  있냐고 감정 메마른 소리를 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더 나은 삶을 찾아보겠다.”라며 여기저기 귀농교육을 받으러 다닐 땐 심심풀이로 다니는 거겠지. 귀농 귀촌은 뭐 아무나 하나 믿지 않았다. 농촌에 대해선 백지상태이면서도 무식이 용감하다고 말려도 듣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기에 합의와 상관없이 원한다면 진행할 것 뻔하니 더 이상 힘 빼고 싶지 않았다. 좋을 대로 하라고 포기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수년 동안 빼먹지 않고 열심히 보면서 “난 저런 곳에서는 무서워서 혼자는 못 산다.”라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농촌으로 발걸음을 옮긴 건 아무래도 "나는 자연인이다.”를 오랫동안 시청한 부작용의 결과가 아닐까! 3년을 말렸지만 겁 없이 귀촌하겠다며 떠나버린 야속한 사람. 서로가 혼밥을 먹으며 3년이 넘도록 그렇게 살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혼밥을 먹으며 산다는  적응하기 힘들었고 몸은 편할 때도 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혼자 저녁을 먹겠다고 간단하게 챙겨 들고 TV 앞에 앉아 채널을 돌리다가 EBS “아빠 찾아 삼만리 말에 눈이 멈췄다. 그동안 출연했던 사람들 중에 선별하여   상황을 알리는 중이었다. 잠시 본다는 것이 채널을 돌리지 못하고 계속 빠져들었다.     


 젊은 가장이 한국에서 5 동안 열심히 일한 후에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반갑게 상봉하는 장면이었다.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젊은 베트남 아버지는 “외국인들에게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한국에 감사드립니다.”라며 인사도 잊지 않았다. 감사할  알고 성실하고 진실된  젊은이는 어디 가서  해도 성공할  같은 좋은 이미지가 화면을 통해서도 느껴졌다.


온 가족이 한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그 모습은 우리 정서와 너무 닮았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다 비슷하겠지. 한국에서 가져간 선물을 주고받으며 좋아하는 남의 소확행 앞에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어, 왜 이러지 내가.' 타국에서 홀로 그 많은 시간을 살아가느라 가족의 정을 그리워했을 젊은이를 생각하며 감정이입되어 눈물을 흘렸던 모양이다.


 합의할 수 없는 결론으로 그이는 간단한 짐을 싣고 차 방향을 돌려 "부우웅" 떠날 때. 그 마음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미련 없이 떠나는 그 뒷모습이 야속하고 괘씸했다.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란 진실이라 할지라도 배신감이 느껴졌다. 만나면 아웅다웅 싸울지라도 부부는 미우나 고우나 평생 곁에 있을 줄로만 알았더니 한편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얄미운 남의 편이었다.


 지금 당장 내게 주어진 오늘이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하여 살맛이 안 나는데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무슨 소용인가. 도시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현실 도피처를 찾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삶을 위해 자녀들은 모두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지만 가족이 온전히 내 삶의 전부였던 나만 빈 둥지 증후군을 호대게 앓아야 했다. 혼자 사는 법을 잘 모르는 나는 혼밥을 먹으며 홀로서기에 적응하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타국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흑흑 맘껏 울어버렸다. 아마도 3년의 외로움이나 서러움의 감정이 아니라 30년 인생사가 진액으로 흘러내린 게 아닐까! 이 눈물에도 맛이 있다면 신맛, 짠맛, 쓴맛, 단맛, 고소한 맛 여러 가지 맛이 다 나겠지만 그중에 고소하고 달콤한 맛은 과연 몇% 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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