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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Oct 23. 2023

사과

사과값이 그럴  몰랐다는 맏며느리의 하소연. “해마다 명절물가가 고공행진을 해도 정성스럽게 제사상을 차렸다.  추석엔 사과   만원이더라. 조상님 제사상에 올릴 제수용이지만 사과 하나에 만원이라니  떨려서  사겠더라. 후쿠시마핵오염수 때문인지 생선값은 오히려 비싸지 않더라.  손으로 들기도 무거운 문어  마리 오만 원인데 사과 다섯  오만 원이라니 비교가 되겠냐며 사과가 비싸도 너무 비싸”. 사과 값이 비싸긴 비쌌다. 인머스켓이 몸값 비쌌는데 올해는 사과가  비쌌다. 비싼 만큼 맛이나 품질은  따라주지 못했다. 사과가 그랬다.


사과를 특별히 좋아하는 나는 사과 농사가 풍년이라야 좋은데 “봄에 사과꽃필  냉해를 입었고 여름엔 산성비가 많이 와서 사과농사 망쳤다.”라고 농부는 말한다. “추석에 나오는 사과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과들도 작황이 좋지 않다. 나무에 달린 사과도 흠집이 많고 썩은 것도  많다. 제값 받을만한 상품이 얼마나 나올지 올해는 수확기가 되어도 힘이 빠지고 마음만 시리다.” 흠집  것과 썩어가는 사과를 정리하다 사과 하나를 슥삭 닦아주며. “사과 맛있어요 먹어봐요.” 꼬질꼬질한 작업복에 슥슥 문질러  흠집난 사과 구미가 당기진 않지만  먹을 수도 없고 한입 먹어보니 맛은 괜찮다. “올해 제대로  사과  먹기 힘들걸요. 사과  사가요.” 권할만한 물건도 아니건만 스스럼없이 사과  사가라고 권한다. 사과를 보니 예전 같으면 그냥 밭고랑에 던져 버렸을 사과가 더 많. 하나라도  만들기 위해 권하는 맛에 농가도 돕고 먹기도 하자며 순식간에 대답한 남자.


남자 1 “사과 한 상자 줘봐”

남자 2 “한 상자 어디다 붙이게 두상자는 해야지.”

남자 1 “두상자 너무 많은데 값은 얼마야?”

남자 2 “가격은 물건 가져와서 이야기하고 사과박스값만 해도 하나에 천오백 원이여”

남자 1 “그러면 자 이 컨테이너박스에 담아줘”

남자 2  “컨테이너 박스가 더 비싼데”

남자 1 “나중에 반납할게.”

남자 2 컨테이너 박스를 싣고 차를 돌려 창고로 향한다.

남자 1  작고 푸릇푸릇하고 흠집  사과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 턱없이 받을 사람도 아니고 적당한 가격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남자 2  잠시  부르릉 소리를 내며 차가 도착한다. 노랑 컨테이너박스 가득 찬 사과와 말머리만큼이나 굵고    덩이도 덤으로 얹어왔다.

남자 1 사과를 들여다보며 예상보다 심하다 싶은지

“에고 사과가 뭐 이래 얼마 주면 돼?”

남자 2 “알아서 주세요.”  쉽게도  던진다. 정해진 가격 없이 알아서 하기란  애매하고 어렵다. 서로 말하기 곤란해진다.

남자 1 “주머니에 잔돈 삼만 원 있어 삼만 원만 받아”남자 2  아무 말 없이 삼만 원을 받아 주머니에 빠르게 집어넣는다.

남자 1 “잘 먹을 게, 잘 먹을게”

남자 2 네 맛있게 드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가 아니다. “올해 사과 비싸요.” 뭔가 2% 부족하다는 여운이 남는다.

 한 남자는 시원찮은 물건을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나 싶고 한 남자는 올해같이 사과값 비싼 해에 너무 싸게 파는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오래 저장할 상품도 아니고 두면 둘수록 썩을 흠집난 사과를 저렇게나 많이 사서 어쩌라고. 사과를 유달리 좋아하지만 위에 얹힌 사과가 저 모양인데 밑에 내려가면 어떨지 상상만 해도 고민이다. 당연히 형편없겠지 시골에서  버리면 거름이라도 되지만 도시에서는 버리는 것도 다 돈 들여야 하는데. 돈 주고 사고 돈 주고 버릴 일을 생각하니 고민도 한 컨테이너다.


정품 사과   값으로 사과 수십 개를 차에 실었으니  안은 사과향기로 그윽하다. 향기는 좋다. 향기만 맡아도 건강하고  값어치 했다고 치자. 도착과 동시에 둘이 끙끙거리며 사과상자를 들고 들어와 제일 먼저  일이 선별작업이다. 선별당해  사과를  선별하려니  것도 없지만 그중에  나은 것과 빨리 처리해야  것을 분리하니  박스가  박스가   많다.


시장에서 파는 것처럼 흠집 요리조리 숨기고 소쿠리에 담아 흠과로 팔면 십만 원은   같다. 삼만 원을 주고  것이 미안할 정도로 아래로 갈수록   좋다. 물건 사보면 대체로   보이는 속에는  못한   보이는 곳엔  좋은 것으로 시선을 끌더구먼  농부는 그런  아니었다.


덤으로 주는 것을 상자 위에다 마구마구 담았던 모양이다. 상품은 상품이고 덤으로 주는 건 따로 담았으면 물건값은 제대로 받고 덤으로 준 것은 고마워할 텐데. 많이 주고 상품성은  떨어지고 돈은 더 작게 받은 셈이다.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위에 좋은 걸 담았으면 오만 원은 주었을 텐데” 남자 1은 미안한 모양이다.  남자 1과 남자 2의 ‘상술 없기는 둘이 똑같다.’


남자 1은 자신을 보는 듯 유경험자로서 마음이 짠한 모양이다. 상품과 덤은 분리해서 호의를 베풀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사과가 비싸다 비싸다 하니 괜찮은 사과라면 십만 원은 주고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삼만 원이라니. 그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물건을 보면 삼만 원 가치도 안 돼 보이고 속속들이 상태는 알 수 없었으니까. 여러 생각을 넘어 결론적으로 사과는 괜찮았다. 그래서 “올해 사과 비싸요.” 여운을 남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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