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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돈이 뭔지는 모르지만(51개월)

by 수국

특별히 숙성된 회나 회초밥을 좋아하는 손님을 모시고 활어횟집보다는 일식을 겸한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요즘 돈을 알아가는 클로이는 뭐든 내가 사준다며 큰소리치는데 오늘도 지갑을 챙겨 들고나간다. 어른들은 회초밥에 다양한 종류의 숙성회에 좋아하는 술과 음료 그 외 요리를. 아이는 꼬마김밥에 돈가스, 스파게티, 바게트 빵, 요거트, 팥빙수 다양한 요리를 골라 먹을 수 있다.


모두 맘껏 드신 후 "이제 집에 가자."라고 하니 클로이는 "내가 계산한다."라고 벌떡 일어나 지갑을 들고나간다. 그때 할아버지가 계산 다 했다니까 "내가 하려고 했는데" 하면서 울먹거린다. 그때를 놓칠세라 아이를 달래기 위해 다음에 맛있는 것 클로이가 사줘. 할머니가 재미있는 사진 보여줄게 이것 봐. 금방 기분이 풀어져서 사진을 찾는 동안 기다리며 빨리빨리 보여달라고 안달이다.

아 찾았다. 여기 봐 이 사진 너무 웃기지?

"할멈이 물에 떠내려가고 있어." 하며 할아버지는 뒤돌아서서 허허 웃고 있는 사진이다.

"할아버지 나쁜 할아버지네"

그 사진을 보고 또 보고

"할아버지 나쁜 할아버지야"를 여러 차례 말하며

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먼저 했다고 울먹거리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온전히 나쁜 할아버지에게 마음이 뺏겨서 보고 또 보고 계속 들여다본다.

’ 클로이, 할아버지께 할머니 떠내려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봐.‘

"할아버지도 웃을 거야" 해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죄 없는 할아버지는 사진 속에서 좋아라 웃는 그 할아버지와 공범이 된 셈이다.

클로이를 바라보며 할머니도 바다에 놀러 가야지 했더니

"할머니 수영은 하지 마" 한다.


오만 원짜리 지폐는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동전은 "아, 돈이다." 하는 아이.

순수한 아이의 동전 지갑은 오늘도 입을 열지 못하고 오동통하게 그대로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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