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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린 Feb 06. 2024

병원매출에 버금가는 영양제 매출을 만들어 내기까지-1

MSO 회사의 시작

사실 처음 MSO 회사의 시작은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위한 회사설립이었다. 이후 병원 매출과 맞먹는 영양제 매출을 만들고 나니 어떻게 회사를 이렇게 만들고, 키워왔나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그 여정을 짚어보자면 첫 시작도 자연스레 규모가 커져온 회사도 나 자신도 신기하다. 도와 줄 직원도 없던 그 때, 혼자 분주히 알아보며 영양제를 만들게 되었던 계기와 점차 확장될 수 있었던 여정을 풀어보려 한다.




내가 개원멤버로 입사해 MSO로 경영 관리했던 우리 병원은 내과 베이스의 기능의학 전문병원이었다. 기능의학이란 단어가 생소할 수 있는데 대체의학, 예방의학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수술적 치료를 지향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원인과 증상만을 억제시키는 것이 아닌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의학이다. 진료실의 원장님 옆자리에 있으면서 항상 하시던 말씀을 기억해 보면 나무의 줄기와 잎만 보는 것이 아닌 그 뿌리와 토양의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것이라고 늘 환자들에게 설명하곤 하셨다.


현대의학과 기능의학의 차이.


그림과 같이 기능의학은 모든 근본적인 문제를 확인하고 그 원인을 찾는다. 하여 환자와의 진료에서도 어디가 불편하세요? 에 관한 이야기 다음으로 요즘 생활패턴이나 식습관에 변화가 생겼는지,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있으신지, 회사나 가정에 불화가 있는지까지 모든 뿌리와 토양의 문제를 확인하는 진료가 이뤄진다.


이후 시술이나 처방 역시 기존 현대의학과는 차별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최대한 비수술적 치료를 지양한다. 예를 들어, 현대의학으로는 수술을 통해 좋지 않은 부분의 혹을 떼어내는 방식이라면 기능의학은 혹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물론 당장 손을 써야 할 정도로 정도가 심각할 경우 수술적인 면도 필요하다), 혹이 만들어지는 대사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또다시 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환자 대부분이 현대의학의 일반적인 방법보다 완치라 판단되는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예방의학 이라고도 하는 것이, 아프기 전부터 미리 원인이 생기지 않도록 대사를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을 지향하는 의학이기 때문이다.  


약 처방에서는 우선 불편하고 아픈 부분을 완화시키는 약국의 처방약도 있지만 몸의 근본적인 기능을 개선하고 다시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올바른 대사를 끌어올리기 위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영양제)을 많이 처방(권유)하시곤 했다. 원장님은 당장의 통증완화적인 약국 처방약 보다도 건기식을 통한 대사의 변화를 많이 강조하셨는데, 그렇다 보니 원내에 병. 의원용 영양제를 다양하게 비치해 두고 진료비와 별개로 환자분들이 바로 구입해 가실 수 있도록 세팅해 두었었다.




진료수납 + 환자응대 +  영양제 판매 = 시장통!

이 영양제들을 초반에는 데스크 뒤에 우루루 올려두고 판매했었다. 환자가 진료실에서 나오면, 데스크에 가서 먼저 수납을 한다. 이때에 약국 처방전 전달과 함께(약국약은 약국에서!) 영양제 구매가 함께 이뤄지는데, 문제는 이 영양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30가지 가까이 되는 품목을 두고 판매할 뿐 아니라 개개인 별로 적게는 2-3가지에서 많게는 10가지도 구매해 가시다 보니 데스크에서는 진료 접수, 수납, 안내에 영양제를 챙겨드리는 일까지. 환자가 몰려 정말 정신이 없을 때에는 주로 진료실 안에 있었던 나는 물론이고 치료가 없는 물리치료사까지 데스크로 나와서 영양제를 챙기곤 했다.  


내가 제일 처음 필요성을 느낀 부분도 이 영양제 판매에 대한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우선 영양제를 두고 드릴 만한 원내에 남는 공간이 있나 살펴보던 차에 데스크 옆 쪽에 작은 공간이 창고처럼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전에 상담실로 활용하자고 만들어 둔 공간이었는데 창고로 되어버린지 수개월이었다. 마침 유리문으로 되어있는 그 공간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싶기도 했고, 데스크 바로 옆 공간이었기에 환자 동선을 생각해도 최적이었다.




첫 번째 :  영양제실 공간 분리 및 담당직원 채용

예상했던 답변이었지만 알아서 하라는 원장님의 허락을 받고, 창고였던 그 공간을 당장 정리하기 시작했다. 매일 점심시간 그리고 진료 이후에 혼자 분주히 움직이는 나를 보며 스스럼없이 도와준 직원들 덕에 공간은 금세 정리되었다. 직원들도 내 플랜이 맘에 들었는지 나와 함께 정리된 공간에 최대한 영양제를 내기 좋게 차곡차곡 정리했다. 제일 많이 나가는 제품은 손에 바로 닿게, 판매가 저조한 제품은 안쪽으로 배치하다 보니 왜 이렇게도 품목이 많은지! 재고 처리뿐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파는 제품도 있었다. 월에 몇 개도 나가지 않는데 자리를 차지하는 제품은 원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대신 구매처를 안내하는 것으로 했다. 원래 낮은 책상과 의자가 있던 공간인데 영양제를 챙겨드려야 하는 공간이니 키 높은 책상과 의자를 열심히 찾았다. 선정리가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최대한 깔끔히 정리했다. 새로운 장도 들여놓고 품목정리까지 되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영양제실을 보니 뿌듯. 영양제만 사러 오시는 분들도 있었기에 단말기도 새로 설치해 두었다.



저 선들이 정리될 수 있는 키높이 책상을 엄청나게 찾았었다..!!


우선 공간은 잘 분리해서 만들어 두었더니 갑자기 직원들이 유니폼 치마가 돌아가도록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공간은 생겼지만 판매직원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데스크 직원들이 판매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데스크에서 수납받고, 뛰어가 영양제실에서 영양제 드리고. 아이쿠야.... 공간은 정리가 되었지만 업무동선이 꼬인다!


영양제실이라 이름 붙인 그곳에 직원들이 뛰어다니는 대신 급한 대로 내가 들어가 있기로 했다. 친한 환자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영양제도 내드리고 하니 에너지 넘치는 내 성향과 잘 맞아 은근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안에서 종일 자리 잡고 있자니 본래 해야 할 일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데려다 놓을 노는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지속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가 끝나자마자 다급히 온라인에 '원내 영양제실 판매직원' 공고를 올렸다. 이 새로운 공간에 나를 대신해 활기차게 채워 줄 직원이 하루빨리 필요했다. 병원 직원도 잘 안 뽑히는 와중에 채용할 수 있을까 걱정을 품은 채 몇 주간 지원을 받은 결과.. 얼마 되지 않는 이력서들 중 대부분이 백화점이나 마트의 매대에서 제품판매를 해보신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이왕이면 또래 직원이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제격이라 생각하고 면접을 부지런히 잡았다.


하루에도 몇 명씩 지원자를 봤지만 나와 이야기를 잘 나누고 난 후에야 정신없는 영양제실을 보고는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묻곤 했다.

"하루 몇 명이나 오시는 거예요..?" "아이고, 화장실도 못 가겠네" "아니 품목이 이렇게 많아요?"

환자가 많다, 바쁘다라고 공고에 적어두긴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모르고 오셨나 보다.  


수많은 분들의 놀란 눈과 마주하며 면접을 보면서 결국 나이도 적당하고 영양제 판매 경력도 있는 직원 한 명을 채용했다. 직원이 너무 뽑히질 않으니 이런저런 복지와 인센티브제까지 만들어 공고를 올린 결과였다. 그리고 초반에는 나와 데스크 직원들이 많이 도와줄 테니 걱정 말라는 안심의 멘트까지 덧붙였다. 그동안 영양제실은 고맙게도 데스크 직원들이 한 명씩 로테이션으로 돌면서 담당해 주고 있었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고 나서도 데스크 직원들은 그 직원이 적응할 수 있게,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지 않도록 같은 팀으로 도와주었고 그 결과 드디어 안정적인 영양제실의 모양새가 될 수 있었다.

 

후담이지만 영양제실은 현재까지도 기존 1명 외 추가 직원 채용이 제일 어려운 공간이다.


두 번째 : 법인설립 및 자사제품 개발!

새로운 공간도 담당 직원도 생겼겠다. 영양제는 더욱 활발히 판매되고 있었다. 담당 직원이 있으니 매출 파악이나 재고관리도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명확히 할 수 있었고 환자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아졌다. 그리고 나는 종종 맛있는 점심과 함께 영양제실 직원을 앉혀놓고 영양제 관련 스터디를 꾸준히 하도록 했다. 원장님이 오더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매출이 발생될 수 있게 직원과 작전도 짜고. 인센티브 제도도 만들어 적극적으로 판매율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으니 환자들은 원장님이 권하지 않은 제품에 관해서도 편히 물었고, 담당 직원의 전문적인 응대와 권유는 자연스레 추가적인 구매와 매출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원가, 이익이 얼마나 되는가도 다시금 계산해 보게 되었다. 물론 제품을 팔면 이익이 남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 병원의 매출로 잡히는 것인데 늘어난 매출만큼이나 병원의 세금 역시도 계속 올라가는 것이 원장님과 나의 고민이었다.

원장님은 항상 입버릇처럼 "팔면 팔수록 세금은 올라가고.. 그렇다고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제품을 쓸 수도 없고. 건식회사 좋은 일만 하는 거 같아."라고 말씀하곤 하셨다. 환자들에게 영양제를 많이 권유하시는 원장님은 항상 본인의 영양제를 만들고 싶어 하셨었는데, 막상 직접 만드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니 아쉬워하곤 하셨다. 언제부터인가 진료가 끝나고 나면 늦은 시간까지 원장님과 함께 영양제, 원료 관련 유튜브나 논문을 보곤 했다. 해외의 좋은 성분과 국내에는 없는 포뮬레이션의 제품들을 보면서 원장님과 항상 이런 영양제를 원내서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며 몇 날 며칠을 밤늦게까지 논의하곤 했다.


이런 날이 수개월 이어지면서 원장님께 제안을 드렸다.

"원장님 쓰고 싶으신 영양제 제가 담당해서 만들어 드릴게요!"


이렇게 회사 설립과 함께 시작한 첫 자사영양제 발주 때가 생각이 난다. 당시 원내에는 디자이너도, 의료인력 외 남는 직원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사소한 원내 홍보물의 디자인조차도 며칠씩 직접 발주업체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며 혼자 만들고선 뿌듯해하곤 했다. 우선 영양제를 만들 제조사를 컨텍하고, 패키지 디자인도 직접 손으로 그려가며 요청했다. 생각지 못했던 제품의 로고도 다급히 로고 디자이너를 알아봐서 만들고 제조사에 보냈다. 원료도 국내에는 없는 것을 쓰려하니 세관의 문제도 있었지만 제조사의 도움을 받아 꾸역꾸역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샘플을 받고 보니 신기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전에 ptp용기에 제형이 너무 달라붙는 문제가 있었다. 영양제를 톡 하고 빼내면 동시에 쭈욱 하고 터져버리던 기억이 난다. 캡슐 제형을 환자들을 생각해서 식물성으로 진행한 것이 너무 얇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왜 제조사에서는 미리 일러주지 못했을까 싶다.

처음인 탓에 상표권 등록도 모르고 있다가 말도 없이 본인들 상표권으로 우리 제품을 등록한 제조사에 상표권 이전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금 되짚어 보면 전부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참으로 다양한 문제들과 함께 경험을 쌓아왔다. 이후 만든 15종의 자사제품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미팅을 할 때마다 이렇게 만든 첫 제품을 나는 제일 먼저 설명하곤 했다.

우리 브랜드의 첫 시작이었던 제품. 처음이라 힘들게 만들어 냈던 만큼 애정도 제일 많이 갔던 것 같다.



이후의 스토리들은 다음 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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