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나랑 산책할래?

by 오롯하게

산책. 너는 일주일에 몇번이나 산책을 나가? 나는 두리랑 같이 매일 산책을 나가는게 일상이 되었어. 낮에 점심을 먹고 한 번, 날이 좋으면 저녁에 또 한번. 물론 시간을 내기 쉬운 요즘이라 그렇긴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지.


강아지에게 산책이 어떤 의미인지, 요즘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들이 많이 퍼져나가서 아마 너도 한번쯤은 들어봤을꺼야.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산책을 나가는게 강아지에게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숨을 쉬는 것과 같을 만큼 소중한 일이라고 말이야. 그래서 학교를 다녔던 두리의 아가시절, 회사를 다녔던 두리의 개린이시절도 나는 매일매일 산책을 나가려고 애를 썼지. 퇴근하고 저녁에 약속이 있는 날에는 새벽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동네를 돌고, 칼퇴근을 하는 날에는 곧장 집으로 달려와 가방만 내려놓고 두리랑 산책을 나갔어. 근데 그때는 뭐랄까, 의무감에 나갔다는 생각이 들어. 왜냐면 요즘 두리랑 하는 산책은 나에게 그 의미가 엄청나게 커졌거든. 두리랑 산책을 나가는 그 순간이 나에게도 숨을 쉬는 것 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져. 그 시간은 오롯이 두리랑 나만의 시간이거든. 요즘들어 따뜻해진 햇살 아래를 지나가면 '아-참 따뜻하다' 하면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게되. 그러면 얼마전까지 활짝 펴있던 벚꽃이랑 목련이랑 이름을 모르는 예쁜 꽃나무들이 하늘에 콕콕 박혀있지. 그 때 느끼는거야. 아, 참 행복하다.


우리는 언제나 할 일 혹은 해야할 일들에 둘러싸인채로 살아가잖아. 바쁘면 바쁜대로 힘에 부치고, 바쁘지 않으면 바쁘지 않은것에 불안해하기도 하면서 말이야. 나는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두리를 산책'시켜야'한다는 강박감에 항상 나가도 늘 돌던 동네를 한바퀴 '얼른' 돌아버리려고 했지. 들꽃 냄새를 맡는 두리를 재촉하기도했고 다른 강아지들이 남겨놓은 냄새에 자기의 냄새를 남기는 두리에게 '가자가자' 말까지 하면서 말이야.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산책도 뭣도 아니었어. 그냥 해야할 '일'들 중에 하나였던거지. 그런데 요즘 나 스스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해지면서 두리랑 산책을 나가는 그 순간이 조금 달라졌어. 얼른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공원으로 재촉하는 두리를 붙잡고 벚꽃을 한참 들여다보기도하고 그늘을 지나면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조금 더 받고 싶어서 벤치에 두리와 앉아있기도해. 그러면 또 생각하지. 아, 참 행복하다.


예전에는 '산책'이라는게 해야할 일들 중 하나였다면 지금은 하고싶은 일이 된거야. 두리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너에게도 꼭 필요한 일인거지. 열심히 하루를 보낸 나에게 주는 휴식일수도 있고, 또 열심히 하루를 보내기 위해 나를 충전하는 시간일 수도 있어. 의무감에 사로잡혀 나가던 산책이 이제는 나에게 너무 소중해져서 그게 고맙고 또 두리에게도 고맙고 그래. 너도 내일 아침 산책을 나가보면 어때? 오후에 약속이 있다면 조금 일찍 일어나서 아직은 쌀쌀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좋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부담이 된다면 모든 일정을 마친 저녁에 따듯한 커피나 좋아하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걷는거야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던 걱정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야.


나는 내일도 가벼운 아점을 먹고 두리랑 산책을 나갈거야. 오늘은 새로 주문한 두리의 장난감 공이 와서 공원에서 그걸 던져줬더니, 두리가 훨씬 재미나하는 것 같더라구. 두리가 먹을 간식 말고 내가 마실 아이스커피도 텀블러에 담아서 나가야겠어. 너도 알다시피 요즘 날이 따뜻하다못해 더워지고 있으니까. 어제는 한참동안 잠이 안와서 뜬 눈으로 천장만 봤는데 오늘은 꼭 잠이 잘 왔으면 좋겠다. 좋은 꿈도 꾸면 더 좋고.

너도 오늘 하루 열심히 할 일들을 하면서 보냈겠지? 내일은 온전히 생각과 걱정들을 내려놓는 하루가 되길 바랄게. 산책과 함께라면 반드시 그렇게 될거야. 내 말 한 번 믿어봐! 그럼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좋은 밤 좋은 꿈 꾸길 바랄게. 안녕!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8.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