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이 참 싫어. 더운게 싫으냐구? 그럼. 물론 더운것도 싫어. 땀이 나는 것도 싫고 땀이 나면 메이크업이 쉽게 무너지는것도 불편하지. 거기다 옷을 아무리 짧게 입어도 더위를 피해갈 수 없다는게 고통스럽기도 하고. 근데 뭐니뭐니해도 여름이 싫은 이유는 두통 때문이야. 나는 날씨가 더워지면 두통이 잦아지는데 거기다 에이컨을 많이 쐬면 두통이 더,더 심해져. 너도 두통을 느껴봤으면 알거야.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지독한 녀석이라는 걸.
한참 머리가 자주 아플때가 있었어. 언제였더라, 아마 대학생때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두통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몰라서 항상 게보린을 지갑속에 또는 가방속에 한 알씩 챙겨서 다녔어. 지갑을 놓고 집을 나올때를 계산해서 가방에도 하나 파우치에도 하나 뭐 이런식으로. 내가 얼마나 끔찍하게 두통을 싫어하는줄 알겠지? 거기다 타이레놀은 이상하게 약효를 느낄 수도 없더라구. 그래서 늘 나는 게보린. 그게 없으면 심리적으로도 불안했어. 처음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나타나지. 그래, 두통 말이야. 처음에는 '어, 이게 머리가 아픈건가 아닌가'싶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좀 기분이 나쁠 정도로만 머리가 아파와. 별로 많이 아프지도 않은데 두통약을 먹는게 몸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좀 참지. 그러다보면 언제 머리가 아팠나, 싶게 멀쩡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운좋은 순간들은 극히 드물어(나에게는 말이야). 조심스럽게 찾아온 두통은 금방 극심해지지. '아, 도저히 안되겠다'싶을 정도로. 두통중에서도 편두통이 잦은 편인데, 편두통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거야. 머릿속에 뇌가 아니라 심장이 하나 있는 느낌을. 아픈 머리쪽의 관자놀이가 팔딱팔딱 뛰면서 쿵-쿵 거리지. 그러면 걸을때마다 그 걸음에도 쿵쿵 머리가 울려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게되. 그렇게 머리가 한참동안을 아파하면 곧 이어 2차 증상이 나타나. 그게 뭐냐구? 너 아직 두통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구나. 그 다음 단계는 속이 메슥거려와. 술을 많이 먹었을때의 울렁거림이랑은 조금 다른데, 뭐랄까... 내 위장에 버터를 잔뜩 칠해놓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 메슥거림은 심한 두통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거야. 아-주 기분나쁜 느낌이야.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쭉, 앞으로도 경험해보지 않는게 좋을만큼. 아무튼 이렇게 심한 정도가 되기 전에 게보린을 먹어야해. 게보린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절대 상상하고싶지 않아. 으-끔찍해.
얼마전에는 게보린을 세 알이나 먹을 수 밖에 없었어. 아침부터 머리가 찝찝하게 아파왔지. 내가 아까 아픈지 아닌지 감도 잘 오지 않을 만큼의 미세한 두통에 약을 먹는건 피하는 편이라구 말했었잖아? 근데 그 날은 좀 달랐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머리가 아프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으니까 그냥 한 알 먹었지. 근데 이게 왠걸. 게보린을 한 알 먹었는데도 전혀 나아질 기미도 느껴지지 않고 뒷골이 당겨오면서 점점 머리가 아파오는거야. 편두통처럼 심장이 머리에서 뛰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는데 아주 묵직하게 머리 뒷쪽이 아파왔어. 그것도 아주 기분나쁘게. 이상하다 싶었어. 타이레놀은 약이 거의 듣질 않는게 다반사라 거의 먹지도 않지만, 게보린은 먹었다 하면 30분 안으로 금방 괜찮아졌거든. 두통을 느낄 때마다 내가 게보린을 찾았던 이유도 그렇고. 근데 약이 듣질 않는거야. 아예 먹은 적 없다는 듯이 머리는 계속 심하게 아파왔어. 너무 작업만 해서 그런가, 싶어서 저녁 5시쯤 집 밖에 나가 한참을 걷다가 왔어. 한시간 반을 선선한 바람을 쐬며 걷다가 들어왔는데도 전혀 나아지질 않는거야.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지. 게다가 머리가 아픈 시간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니까 점점 속도 메슥거리는거야. 아, 오늘 두통은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어. 전자파를 너무 마니 쐬서 그런가 싶어서 한참을 휴대폰도 멀리하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구. 그래서 게보린을 한 알 더 먹었지. 제발 나아져라 나아져라 하면서.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워서 두통이 나아지기를 바랐는데 이제야 약발이 좀 오는지 한 20부쯤 지나니까 슬슬 머리가 나아지려고 하는게 느껴지는거야. 그래서 아, 다행이다. 이제 좀 살았다 싶었어. 움직이면 또 머리가 흔들릴 것 같아서 꼼짝않고 침대에 한 자세로 누워있었지. 그렇게 좀 나아진다 싶은 느낌이 들어서 티비를 틀고 이것저것 재미있게 보다가 이제 자야겠다 싶어서 내 방으로 가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순간. 팽-하고 도는거야. 그러더니 왼쪽 관자놀이에서 팔딱팔딱 심장같은게 뛰기 시작하는거지.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어. 약발이 채 5시간도 못간다는게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더라. 약발이 들었던 3-4시간동안 나아지지 않은 두통도 야속하고. 정말 누가 머리를 쥐어짜는것 처럼 아파오길래 아 오늘 정말 큰일났다. 잠은 다 잤다 싶었어. 하루에 게보린을 두 알 이상 먹어본 적도 없어서 당황스럽기도 했고. 방에 와서 휴대폰을 보니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거야. 잠은 자야겠고, 근데 머리가 아파서 잠을 도통 잘 수가 없는 수준이어서 게보린 복용량을 검색해봤지. 다행히도 1일 3회까지는 괜찮다고 명시되어있길래 집에 마지막 남은 게보린 한 알을 얼른 삼켰지. 그리고는 곧장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어.
어떻게 머리가 괜찮아졌는지, 어떻게 잠에 들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지만 그 다음날 아침까지도 머리가 개운하지 않았어. 아주 지독한 두통이었나봐.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침부터 찾아온 두통이 썩 가시질 않아 찝찝해. 그래도 조금 참을만은 해서 게보린은 먹지 않고 있는데 이게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니까. 거기다 곧 찾아올 여름에는 이런 순간들이 잦아질걸 생각하니, 후-한숨부터 나와. 이 모든 것의 해답이 운동일까? 요즘들어 약해진 것 같은 몸뚱아리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운동을 시작하려구. 두통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말이야.
오늘도 할 일들이 태산인데 아침부터 뒷골이 당겨와서 썩 기분좋진 않았지만 게보린은 먹지 않으려고해. 게보린에 의존하다가 나중에 내성이 생기면 어쩔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 부디 내일 아침은 개운한 머리로 하루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어. 으-그래도 역시 두통 두통, 두통엔 게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