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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Oct 04. 2017

말로 하는 생각.

말로 내뱉는순간 애매모호했던 생각들이 단숨에 명확해지는 시간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겨가는 찰나에 친구에게 혹은 주변의 누군가에게 ‘나 00에게 관심이 생긴 것 같아’라고 내뱉는 순간 그 누군가를 더 많이 생각하게되고, 애매했던 마음에 마침표가 찍힌다. 뿐만 아니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속 깊숙이에 있는 진실은 말로 생각을 하면서 결단이 나기도한다. 


컴컴한 방 침대에서 잠을 청하려 누운 그 순간은 나에게 생각을 말로하기에 완벽한 시공간이다. 처음에는 어두움이 낯설어 방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어둠이 익숙해지면서 하나 둘 그 모습들을 드러낸다. 그러면 밝은 곳에서 봤던 방과는 다른느낌의 공간이 펼쳐지면서 고요한 적막속에 대화가 시작된다.


말로하는 생각은 확실히 정리하는데에 도움이된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해주기도 하고, 머릿속에 정리됐다고 생각했던 것들은,막상 입으로 내뱉어 공기로 피부에 맞닿고 보면 1부터 잘못되어있던 경우들도 허다하다. 그러면 다시 말로 생각하는거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보통 말로 생각을 할때는 이러하다. 내가 이러이러한 상황에 갇혔고, 상대가 나에게 이러이러한 말과 행동을 했고, 나는 거기에 대해 어떤 감정들을 느꼈으며 상대가 이러이러하게 나에게 행동한 점으로 보아 상대는 나에게 이러이러하다. 엉터리같이 보일거라는거 안다. 그러나 막상 해보고나면 엉켰던 생각들과 어지러웠던 머리가 정리될것이다. 자신한다. 누군가는 혼자서 말을 하는 것을 꽤나 어색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차츰차츰 익숙해지다보면 나와하는 대화만큼 좋은 대화는 없다. 또한 나와 대화를 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내뱉는 대화 혹은 내뱉지 않는 대화라도. 

그러나 바쁜 나날들을 보내다보면 작은 시간조차 낼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이른새벽에 출근을 하러 집을 나와 바쁜 일상을 보내고 퇴근 후 지인들과 맥주한 잔을 한 후 집으로 몸을 이끌어오고나면 등을 침대에 대는 순간 잠에 들기 바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와 대화할 시간이 없어지고나면 문득 ‘멍’한 시간이 찾아오고 그 소중한 대화법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 시간을 찾으려한다. 어둠속에 익숙해지는 시간들을 지나, 조금씩 어둠에 익숙해지고나면 나에게 질문을 하나하나 던지는 것이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회사는 어땠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그 일들에게서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났으며 어떤 행복을 느꼈는지 어떤 눈물을 흘렸는지. 늘 그랬듯 나는 내가 궁금했고 이제 조금 더 나를 달래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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