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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Dec 15. 2017

미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가 미워질 때 늘 그 끝은 나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을까. 왜 저기 저 별것 아니게 보이는 저것들을 다 안을 수 없을까. 하며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는 사실을 썩 좋지 않다. 굳이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는건 괜시리 내가 부족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가 조금 더 컸다고,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누군가가 날 미워하는 느낌이 들어오면,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보다도, 나와 저 사람은 여기까지구나. 이만큼, 이 거리만큼 나와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그 미움을 받아들이게된다.


문제는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게 될 때이다. 특히나 나에게 특별하게 무언가를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 순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의 화살이 나에게로 날아오기 시작하는것이다. 왜 저정도의 미움을 삭히고 감당할 수 없는지. 내가 갖고있는 것이 고작 작은 보따리밖에 없는 것 같은 초라함에 나에게 등을 돌리고 간 적이 여러번이다. 이런순간 특히나 내가 작은느낌을 받는 까닭은 한 번 밉게 보인 상대에 대한 마음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운마음이 들 때마다 자꾸만 그 상대 혹은 대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해도 한계는 늘 때가되면 날 찾아온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듯. 이러저러한 마음들과 이유들 때문에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미워하지 않으려해도 이러한 상황들은 어쩔 수 없는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순리라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미워질 때 늘 그 끝은 나였다. 왜 이리도 작을까, 왜 저 별것아닌 것들을 다 안을 수 없을까 싶지만 숨을 쉬듯. 물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듯이 당연한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에 대해 미운마음이 들어오면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것들을 미워하려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듯, 무언가를 미워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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