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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May 14. 2018

발버둥치는 기특함

그 때가 와도 나는 이렇듯 발버둥칠것이다.

퍽 난감하다. 하루하루가 쳇바퀴 돌듯 똑같다보니 무언가 펜을 잡을만한 '거리'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동안 써왔던 글자들을 주욱 위아래로 훑는데, 그때는 뭐가 그렇게 쓸 거리들이 잘 생각났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마시던 커피를 가지고 글을 쓰기도 하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정리한 이불을 가지고 글을 쓰기도 했다. 펜을 놓고 이쯤되어보니 펜을 놓은게 펜이 도망간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아-이 사태를 어찌하면 좋을까.


보통 다양한 글들을 쏟아냈을때를 떠올리면 나에게 좋지않은 일들이 닥쳤던 순간들이 익숙하게 떠오르곤한다. 친구와의 다툼, 가까웠던 사람과의 이별, 미래에 대한 좌절과 걱정 뭐 이런것들의 향연이 나를 펜으로 하여금 투정할 수 있게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넘치다못해 너무나도 지극하게 평범히 행복하고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고있다. 탈 없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열심히 한 업무가 가져다주는 성과에 남몰래 뿌듯함으로 미소를 짓기도 한다. 내가 구르고있는 쳇바퀴가 기름칠이라도 한듯 너무나 잘 돌아가는 탓에 무언가를 걱정하고 탓하고 좌절하고 절망할 이유가 없다.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를 말하라 하여 말할 것이 없어 둘러댄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말한 것들이 사실이긴하다. 너무 평탄하고 멀쩡한 나날들을 보내다보면 텅 비어버린 가슴을 채울일도, 어긋나간 가시들을 가지치기로 잘라낼일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하여 글을 쓰기 위해 멀쩡히 걸어가던 두 다리를 엇갈려 갈지자로 걸어가는 것도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글을 써야만했다. 쓰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명확했다.


그동안 내가 지나온 일상들을 쭉 회상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했고 어떤 생각과 감정들을 안았으며 어떤 결과를 만났었는지 그 결과에 대해 또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하나하나 훑기시작했다. 사실 평탄한 일상을 보냈다고 적었지만 그것들은 크고작은일들의 연속이 빚어낸 평균치였을 뿐이다. 머릿속에서 기억들을 다방면으로 긁어보니 그나마 모인 부스러기들이 다시 무언가를 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억지로, 어거지로 쓴 부분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예전처럼 작은 먼지 한 톨로도 글을 쓸 수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포기하지않고 도태되지 않으려 발버둥친것만에도 스스로에게 토닥임을 보내고싶다. 언제 또 난감한 날들이 나를 찾아올지모르지만 그 때가 와도 나는 이렇듯 발버둥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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