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Milk

by 오롯하게

사실 우유는 내 타입이 아니다. 내 타입이 아니라는건 무슨 뻘소리냐 싶지만, 우유를 먹고 나면 개운하지 않은 입안을 만난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나는 세수는 안해도 양치는 하는 양치집착녀다. 이가 닳도록 양치를 하는 나에게 우유는, 그래서인지 썩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배가 고픈데 뭔가 씹어먹기는 싫을때, 딱인건 우유뿐이다. 혹은 유유가 들어간 커피라던지.


어렸을때를 기억해보면 '우유'하면 떠오르는건 사촌오빠 뿐이었다. 사촌오빠 a씨는 어릴때부터 유독 키가 컸다. 팔도 다리도 길고 심지어는 목까지 남들보다 월등하게 길었다. 이쯤되면 얼굴까지 길지 않은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는데 유독 우유를 좋아했다. 이모네 집에 놀러가 다같이 밥을 먹을때면 국그릇에 우유를 붓고 흰 쌀밥을 말아먹던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던 나의 미간 주름이 생각난다. 윽-하고 찡그리던 그때의 그 주름들.


a씨가 우유를 좋아했고 많이 마셨다는 이유로 키가 큰건 아니었던 것 같다. 우유를 잘마신다=키가큰다 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면 이 세상에 키가 작은 이들은 없을테니. 좀 우습게도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키가 작지만 말이다(?).우유로 성장의 모든 것들이 해결되었다면 키크는 한약이나 주사따위 나오지 않았을거다. (키크는 한약은 내가 먹어봤는데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좋은경험했다 생각하려한다)


거기에 더해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유당불내증을 훨씬 많이 겪고있다고한다. 한국인의 경우 무려 75%가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쯤되면 '왠만하면 우유는 안먹는게 좋다'고 광고해야할 판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한국인이 우유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렇다.


1. 같이 먹으면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예를들어 빵과 우유, 고구마와 우유, 우유없이는 먹기힘든 씨리얼, 우유를 넣은 커피 일명 라테와 초콜렛과 함께먹으면 입 안에서 초코우유로 변해버리는 마법을 놓칠 수 없다.

2. 잠자기 전 따뜻한 우유 한잔이 잠을 잘 오게한다는 속설이 있다. 근데 이 속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턱이 없다. 내가 살아온 동안 느낀 바로는 잠을 잘 자는 것도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것도 그냥 사바사, 각자가 가진 성향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유난히 생각이 많은 우리 엄마는 매일 밤 쉽게 들지 못하는 잠때문에 따뜻한 우유를 한잔씩 드시지만 여전히 잠이 잘 드는 순간들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 하신다.

3. 건강함의 아이콘 우유. 미디어의 영향은 엄청나다. 우유에 대한 광고도 엄청나다. 서울우유매일우유남양우유상하목장에부산우유까지, 티비를 틀면 맑아보이는 어린 아이와 따뜻한 그의 엄마가 건강을 위해 우유를 마셔야한다고 한다. 유기농 1등급 멸균우유라면서. 은근히 세뇌된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찾아보면 이렇다 할 이유는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유는 여전히 내 스타일이 아니다. 먹고나면 텁텁해지는 입 안과 꾸르륵 거리는 뱃속은 여전히 불편하다. 아, 이 말이 우유를 안먹겠다는 말은 아니다.

오늘의 Milk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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