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Beer

by 오롯하게

술. 하면 떠오르는 나의 생각은 거의 '잘 마시고싶다'가 많은 부부을 차지하고있다. 잘 마시고싶다. 진짜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거다. 소주 1병반정도 마시면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라오는 친한이들 사이에서 키가 큰 맥주 한캔만 들이키면 혼자서 알딸딸을 넘어서 흥에겨워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일이 꽤 창피하기때문이다. 술을 잘 마시던 나의 동료 하나는 작은 알코홀에도 쉽게 흥이 돋는 나를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가 부러울 뿐.


그래서 처음 마시게 된 술이 바로 맥주다. 소주는 실험실에서 사용하던 알콜냄새가 너무 지독하게 올라오는 탓에 냄새만 마셔도 헛구역질이 나는데 맥주는 냄새까지는 고소하지않은가. 거기다 톡톡튀는 탄산이 술에대한 거부감을 없애주기도한다. 처음에는 작고 뚱뚱한 맥주정도만 마셔도 양껏 취해 아웃사이더만큼 말이 빨라지는 모습을 뱉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키가 큰 맥주정도는 마셔야 흥에겨울만치 취한다.(?) 이정도면 꽤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고등학교 친구중 하나는 쉬는날이면 티비를 보면서 키큰맥주를 여러캔 들이킨다고 하는데 하나도 취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기겁할 뻔 했다. 그정도의 맥주를 마시는데에도 취하지도 않은채 화장실만 왔다갔다해야한다면 조금 아쉽지않을까? 이쯤되니 나는 술을 '잘'마시고는 싶지만 지금 이정도 나의 주량에 심히 만족하는 듯 하다. 술도 마셔보고 취해보고 그에 맞는 지랄(?)도 좀 해봐야 나의 주량을 아는 것일까.


사실 맥주를 마시고 싶은 날은 기분이 좋은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다. 조금이라도 취하고나면 할 말 못하는 나도 할 말을 할 수 있게 되니까. 용기가 없어 하지 못하는 말들을 용기내어 하게 해준달까. 그래서 나는 상대가 술에취해 무언가를 말한다면 그것이 상대의 본심이라고 생각하곤한다. 다음날 상대가 아니라고 손을 얼굴 앞에서 휘저어도 영 믿을 수가 없다. 내가 그렇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든, 요즘은 종종 혼자서도 키큰 맥주 한캔정도는 마시곤한다.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잠에 들면 알콜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들, 잠이 솔솔 오는 것이 너무나 좋은것을 어찌해야한단말인가. 또 알코홀-고자인 나는 키가 큰 맥주 한캔정도는 너끈하게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괜히 좋기도하다. 그러면 무얼하나. 나의 애인은 내가 맥주만 마셔도 소주냄새가 난다고 한다. 체내에 알코홀을 분해하는 기능이 떨어져있다는 사실을 역력하게 증명해주는 셈이다.


그래도 어떤가. 나는 맥주가 좋은걸. 키가 큰 맥주 한캔에 정복당하는 나도 좋은걸.

오늘의 Beer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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