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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Mar 19. 2019

운칠기삼?

될놈될? 될 놈은 어떻게 하든 된다는 의미다. 그럼 반대로 안될 놈 안될? 이건 뭘까. 안될 놈은 무슨 수를 써도 안된다는 지옥 같은 말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일들은 ‘타이밍’이라고. 운이 좋으면 기회가 발목을 붙잡고 그동안 노력해온 과정과 결과를 내놓으라 한다. 운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길을 걸어도 내 발목 하나 붙잡아 줄 돌부리를 찾기 힘들다. 


준비해놓은 것이 별 것 없다 생각할 때에도 우연히 유난히 돌부리가 많은 곳에 발을 내딛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운칠기삼.


준비해놓은 것이 별 것 없다 생각할 때에도 우연히 유난히 돌부리가 많은 곳에 발을 내딛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운칠기삼. 나의 아버지가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시다. 인생은 운이다. 운이 7이고 능력이 3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동안 내가 운칠기삼으로 아주 잘 살아왔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했는데, 그래서 된 거 아니었어? 대학교도, 두 번의 직장도 그래도 내가 잘 준비해서, 나름 한다고 해서 된 것 아니었어? 하는 마음에 아버지의 입에서 ‘운칠기삼’이 나올 적마다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맞다. 아버지가 맞았다. 운칠기삼. 인생은 운칠기삼이다.


뭘 믿고 단정 을지어. 싶을 수 있다. 많이 들어서 그렇다고 세뇌된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말씀에 반기를 들던 나이가 지나 그의 모든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내가 지금껏 살아보니 그렇다. 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모든 순간들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확률로 따지면 그러할 뿐. 혹은 생각하기 나름일 뿐.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 중 가장 좌절스러웠던 순간은 예술고등학교에 합격하지 못한 것이다. 예고 입시를 오랜 기간 준비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너무나 당연하게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오만함) 그리 단단하지 않았던 중학교 소녀가 맛봤던 인생의 첫 실패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덕에 나름대로 공부 잘한다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고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만난 좋은 담임선생님 덕분에 가, 나, 다 군중 가장 상향으로 지원했던 학교의 시각디자인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무려 추가합격으로 말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보시는 한겨레 21을 따라보았던 내가 졸업전시 주제로 막힌 길을 뚫었고, 그 졸업작품으로 한겨레라는 첫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생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이 너무 술술 잘 풀린다 싶었다. 남들은 어렵다는 취업을 나는 너무 쉽게 그저 부엌에 가서 정수기에 물 따라먹듯 해버렸으니까. 어찌어찌 퇴사를 하고 들어갔던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어볼 수 있었다. 뭐 다 경험이지 싶다. 어찌 돼었든 긍정적인 사고 덕인지, 많이 생각한 대로 생각이 따라가서인지 정말 운칠기삼인지. 나는 남들보다 운이 좋았던 순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운칠기삼. 지금 마침 필요한 단어다. 그 무엇보다도 내 발목을 잡아줄 돌부리들이 수 없이 필요하다. 걸려 넘어질지, 돌부리를 밟아 뛰어오를지는 나의 몫이나, 일단 꽤 괜찮은 돌부리가 나를 확 잡아줬으면 한다. 넘어지든 날아오르든 그건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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