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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ul 29. 2019

난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걷히는 안개같은 것인줄만 알았다.

난 그것이, 미세먼지와 습한 날씨 때문인줄만 알았다. 답답한 마음에 희뿌옇게 떠다니는 하늘의 미세먼지때문에 막힌 줄만 알았다. 습한 날씨와 미세먼지는 걷혀지면 그만이었는데, 나는 그게 아니었다. 희미한 막이 걷혀져도 나아질 것이 없었다. 좌절스럽다. 답답한 마음은 쉽게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느낀지 오래되었다. 새로 만난 사람들과의 즐거움이나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볼때의 즐거움이 아닌 마음속에서 깊게 울려퍼지는 즐거움을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공허함을 넘어서 케케묵은 먼지들이 한가득 쌓여있는 느낌이다. 털어내야 하는 먼지들이 나갈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달까. 이 답답하고 찝찝한 기분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가까운이와의 불화들은 먼지들이 쌓이는 속도에 불을 붙인다. 해소되지 않는 갈등은 언제나 힘들고 가슴을 치게 하는 답답함을 가져온다.


별 생각없이 삶을 즐길 수 있었던 순간은 잠시였던 것 같다. 그저 좋은 것들만 생각하고 좋은 것들만 하고 그래서 늘 행복감에 둘러쌓여 살아가던 지난 '그 어떤' 순간들이 까마득하다. 그리고 눈물나게 그립기도하다. '아 그때 그런 순간들이 있었지,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만큼 행복한 일분 일초가 내 삶들을 가득 채운 그 순간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또 한번 고개를 떨궈버릴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눈물을 떨어뜨려봐. 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고개를 무릎에 처박고 엉엉 울어버릴 수 있다. 영원히 행복하기만 하면 될 것같았던 삶의 과업이 소리없이 바스라저 흔적조차 없어진 듯 하다. 사랑이 그렇다.


난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걷히는 안개같은 것인줄만 알았다. 뿌옇고 축축하게 앞을 가리는 안개때문에 눈 앞이 흐려지는 것인줄 알았다. 안개는 걷히고 날은 밝아졌는데, 나는 그게 아니더라. 좌절스럽다. 뿌얘진 눈 앞은 다시 맑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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