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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Apr 16. 2020

생일 초를 입으로 '후'하고 불 수 없는 세상.

코로나 19, 그리고 코로나 블루

생일 초를 입으로 후 하고 불 수 없는 세상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직원의 생일날 혹은 전날에 생일케이크를 사다가 전 직원이 축하를 해주는 문화가 있다. 코로나가 행패를 부리고 다녀도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탓에 얼마 전 생일이었던 직원은 다른 직원들에게 생일을 축하받을 수 있었다.

‘생일축하합니다~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OOO~ 생일축하 합니다~’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후~’ 하고 케이크를 입으로 불자 케이크를 둘러싸고있던 직원들은 ‘아~ 이 시국에 그걸 그렇게 끄면 이걸 어떻게먹어요~’하며 진심이 섞인 장난을 해댔다.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우리모두의 상처이기도 했다.


코로나블루가 왔다고 한다. 그게 뭔가 싶었다. 코로나블루? 코로나때문에 우울감이 온다고? 믿기지 않았다. 감기랑 비슷한 정도의 질병이고, 단지 감기나 독감보다 강한 전염성에 미처 준비되지 못한 백신때문에 발을 동동 구른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의 첫 등장에 사람들은 최대한 서로를 피하기 시작했고, 학교들은 개학을 연기,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하기시작했다. 도로에 사람들이 없어지고 주말이면 바글바글하던 스타필드나 아울렛도, 텅 비어버린 공기들만 떠돌뿐이었다. 그나마도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서로를 껴안은채로 이동해야하는 출퇴근 시간의 지옥철을 견디기위해 마스크를 끼고다니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쉬기 힘든 만원지하철속에서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며 그렇게.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몇 없었지만, 그나마도 전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


그나마도 마스크는 점점 구하기 힘든 물품이 되어버렸다. 안그래도 사기 힘든 마스크를, 업체들은 두배 세배 가격을 올려 판매하기 시작했고,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는건 불가능해져버렸다. 티켓팅처럼 열리는 온라인 웹사이트에서도 판매를 시작하고 1분도 안되 전부 매진되버리기 쉽상. 편하게 숨 쉬는 것 조차 힘들어져버린 세상이었다.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찾아왔다. 마스크를 써야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서라기보다 인간으로써 당연히 보장되야하는 ‘숨’쉬는 것 조차 버거워진 세상이라서. 언제 어떻게 감염될 지 모르는 공포에 떨어야하며, 이 숨쉬기 힘든 세상이 끝날 기약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좌절하고 힘겨웠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블루. 그것이 와버렸다.


코로나가 오기 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기사를 봤다. 좌절스러웠지만 계속 좌절만하며 있기에는 그래도 살아있는 지금 이 시간이 아쉽다고 느껴졌다. 받아들여야한다. 이년안으로는 백신이 나올것이고 그러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추운 바람이 잦아들고 예쁜 벚꽃들이 피어나도 사람들은 서로의 표정을 읽기 어려워졌고, 우리들은 계속해서 코로나가 찾아왔던 그 겨울에 머물러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봄이 왔지만 아직은 봄이 오지 않은. 따뜻하지만 우리들은 아직 춥다. 슬프긴하지만 받아들여야한다. 그리고 그래도 늘 그래왔듯 우리들은 견뎌내고 잘 이겨나갈것이다. 하루 빨리 마스크 없이 침튀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우리 모두에게 축복과 희망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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