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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Feb 18. 2020

어떻게 살까?

책<피터팬>을 읽고.

어떻게 살까? 에 대한 질문을 나에게 던져본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나지않지만 분명한건 너무나 자연스럽게 피터팬이 들어올 수 있는 창문을 굳게 닫아버린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살까? 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가 되어버렸다. 산다와 살아간다는 다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즐거운 일들을 만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걸까. 다음 직장은 어떤 곳으로 옮겨야하며 관비리와 이자를 많이내는 가성비 떨어지는 이 코딱지만한 원룸에서 벗어나 다음 집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까. 이율이 몇퍼센트고 지금 있는 보증금에서 얼마를 더 보태면 될까. 다음달 가스비를 줄이려면 온풍기를 사야 효율적일까. 로 되버렸다.

어린 아이들에게만 피터팬이 찾아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7년. 나에게도 피터팬이 찾아왔던 순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치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때는 지루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어야하는 회사에서의 시간보다도 퇴근 후 나를 위해 찾아오는 피터팬과 웬디 마이클, 그리고 존과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는 그 짧은 몇시간들로 마음이 넘치도록 가득찼던 순간들이 있었다. 어떤 장르든지 상관없이 들려오는 음악에 흥얼거리며 무거운 생각들을 모래알들처럼 흐트려놓을 수 있었고, 찬 바람이 불어제끼는 한강 한복판에서 차갑게 식은 피자를 먹는 것 마저 낭만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네버랜드에서 엄마에게 돌아온 웬디처럼 나도 어느순간 문득 현실로 돌아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실은 달링부인처럼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채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점점 팍팍해져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도 나는 가끔 그때를 떠올린다. 피터팬이 나에게 돌아올 창문을 굳게 닫아버렸지만, 늘 활짝 열려있던 저 창문을 통해 함께 세상을 날아다닌적이 있었지,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그 지나간 순간들로 현실에서의 먹먹함을 채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언젠가 또 내가 피터팬과 함께 날개없이 세상을 날아다니며 네버랜드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2017년 그 순간이, 내 생에서 피터팬과 함께한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분명한건 누구라도 나이에 무관하게 언제든 우연하게라도 피터팬을 만나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피터팬을 우리에게로 데려다주지않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우리를 네버랜드에 데려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은, 빈틈 없이 닫혀있던 저 창문을 열어놓고 피터팬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에 드는건 어떨까 한다. 혹여나 발을 조금이라도 들여놓는 피터팬의 그림자를 꽉 붙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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