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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un 14. 2020

자꾸만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자꾸만,

우리엄마는 귀가 썩 좋지 않다. 본가로 내려가 같이 영화라도 틀어놓고나면 자꾸만 소리를 키워달라고 하시는데, 그게 갑자기 서글프다.  


혼자나와 살게된지 일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설레고 두근거리기만 했던 혼자살기가 조금씩 서글퍼지는 순간들로 채워진다. 아마 혼자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법하다. 어두운 집에 불을 밝히는 것도 나뿐이고, 나에게 말을 걸어와주는 사람도 내가 말을 걸 이도 없다는것이 편함에서 어색함으로 어색함에서 쓸쓸함으로 가는것은 시간문제였다. 애초에 집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때에 텔레비젼을 구해놓지 않았다. 막상 집에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은 저녁 여덟시 이후인데 티비를 볼 시간도 얼마 있지 않은데 괜히 아까웠다. 대신 예전에 집에서 사용하던 레트로라디오를 하나 가져다놓았는데 집에 들어오면 불을 켜고, 그 다음 하는 일이 바로 라디오를 키는 일이다. 근데 얼마전부터 자꾸만 볼륨을 높인다. 15정도에 맞춰서 틀어놨었는데 그게 어딘가 이 내가 있는 집이 가득 차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20까지 소리를 높이는데 그정도 되야 시끌시끌 혼자있는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그러다 엊그제.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소리를 높이는데 문득 자꾸만 티비 소리를 높여달라는 엄마가 생각나 가슴이 아렸다. 엄마도 나처럼 쓸쓸했을까, 우리엄마.  


혼자 사는 것이 좋은 사람들도 있다. 근데 나는 좋은건 좋은데로, 하지만 쓸쓸한건 감출 수가 없는 사람인가싶다. 그래서 자꾸만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내가 혼자 있는 이 공간이 조금이라도 더 채워지도록, 혼자 있는 것 같은 이 기분이 조금은 작아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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