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이 꼭 너에게 닿기를
나는 그가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한 두정거장 먼저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사람이라 좋았다. 내 글을 함께 읽어주는 사람이어서 좋았고 커피 한 잔만 있으면 하루 종일은 물론 밤을 거뜬히 새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사람이라 좋았다. 내 글을 보며 왜냐 묻지않고, 아 너는 이런 사람이구나 마음 깊숙이 공감해주는 그가 고마웠다. 남들이 몰라주는, 나만 아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가슴이 벅차오르게 해주는 사람이어서 좋았다. 달이 좋다고 하는 나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 사람이어서 좋았다.
남들은 당연한 걸로 뭘 그리 고마워하냐 할 수 있지만, 닭발을 먹지 않는 그가 첫 데이트로 선뜻 내가 좋아하는 닭발을 먹으러 가자고 해주어 고마웠고, 먹는 내내 맛있다는 말을 연달아하던 사람이어서 좋았다. 영화 어벤져스_앤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이 죽어 엉엉 울었다는 나의 말에 가만히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이어서 좋았다. 아는 형과 서로 존댓말을 하며 지내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좋았다. 부모의 힘듬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어서 좋았고,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좋았다. 그 마음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마워하는 사람이라서 좋았다.
내가 했던 작은 말들을 당연하다는 듯 기억해주는 사람이라 좋았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의 불안함을 알아주고 먼저 배려해주는 사람이라 좋았다. 비가 오는 날 같이 손을 잡고 마포대교를 건널 수 있는 사람이어서 좋았다. 마포대교를 함께 건너던 마지막 그 날. 그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앞으로 영영 알 길이 없는 그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선뜻. 그렇게 잠들기 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말해주어 마음이 아려왔다.
이런 생각을 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에게 나를 떠올리게 하는 일은 내 글을 읽게 하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글이 그에게 닿았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나에게 꼭 열심히 글을 쓰는 것을 약속해달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스스로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글을 써야 한다. 쓰고 싶다.
그 사람은 나에게 정답 같은 사람이었다. 정답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것이 두렵다. 이렇게 기억나는 너를, 달 같은 너를 어떻게 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