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던 날, 너와 걷던 마포대교

by 오롯하게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딱 이맘때 너와 걷던 비 오던 날의 마포대교가 떠오른다. 서로의 감정과 생각들이 뒤엉킨채 어설프게 끝내버린 마음들을 정리하기 위해 만났던 날이었어. 익숙하지만 이제는 낯설어야 할 그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나는 눈물을 닦아내기 바빴고, 너는 그런 나를 보며 그 뜨거운 눈물들을 삼켜내기 바빴지.

자꾸만 서로의 이별을 곱씹지말자. 자꾸만 슬프게 우리의 마지막을 매듭짓는게 힘들었던건지, 언제라도 다시 펼칠 수 있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서였는지, 너는 나를 애타게 사랑했던 그 때 처럼 우산을 나눠쓰고 나의 손을 잡고, 우리는 마표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너와 나뿐이었던 마포대교에서 너는 나에게,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어디에서도 절대로 들을 수 없을. 네가 살아왔던 그 힘들었던 이야기들과, 너의 친한 지인들도 모른다는 그 숱한 이야기들을.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그렇게 이야기 해주었고,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초여름이면 나는 아직도 그 이야기들이 마치 어제 들은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들려와.


공덕역에 도착해서 너는, 너의 손을 놓기 싫어하는 어린아이같은 나에게, 내일이라도 또 만날 것 처럼 나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고, 그렇게 우리는 헤어지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헤어졌지.


너와 헤어지고 지금까지 나는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살아오고 있었지만, 언제라도 네가 내 앞에 나타나면 나는 아무렇지 않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의 손을 잡고 웃겠지. 우리는 결국 헤어졌고, 너는 결코 오지 않겠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네가 떠오를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이 늘 아린채로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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