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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ul 12. 2022

여름은 늘 싫고 밉고, 날 힘들게하고

이 마음을 바꿀 생각도 없지만,

오늘 새벽 나의 강아지 산책을 나갈때 분명 선선했던 날씨는, 온데간데없이 더운 김을 내뿜는다. 새벽내내 조용하던 매미들은 이때다 싶어 목청을 트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저녁까지 내내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하늘은 흐릴 틈이 없이 반짝이기만 하다. 나를 앞질러 가던 강아지의 꼬랑지가 보슬보슬 귀엽기만  하루가 온듯하다.  몸을 늘어뜨리는 고약한 더위에 마스크를 벗어도 코와 입을 덮고있는 형체 없는 무언가가  답답하여  숨을 푹푹 내쉬는  여름에, 지렁이가 무서운 서른살도 폭딱 소낙비가 내리길 바라는 마음은 인간의 간사함일까 혹은 여름에 대한 작은 반항일까.


꾸역꾸역 결코 내리지 않던 빗방울이 떨어졌던 오후 어느 시간에 반갑게 창 밖을 내다보며 빗줄기의 크기와 무게가 어느정도인지 혼자 가늠하다, 그래 고맙다 하며 우중충한 하늘임에도 입가에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동안 여름은 단 한번도 반갑게 느껴진 적이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거다. 그럼에도 늘 괴롭기만 했던 여름의 순간들 중 이제는 비가 오는 순간에는 웃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이건 앞으로 조금 더 살다보면 여름이 좋아질 수 도 있다는 어떤 실마리 같은 것일지 기대가 된다.


여름은 늘 싫고 밉고 날 힘들게하고 이 마음을 바꿀 생각도 없지만, 그럼에도 나를 웃게해주는 작은 구슬같은 것들이 있다면 기꺼이 미소로 반겨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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