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내리던 비에 많은 것들이 모습을 감추고 떠내려갔는데도 오늘 아침 우렁차게 우는 매미소리를 듣고 대단하다, 장하다 소리가 절로나왔다. 존버. 정말로 존나 버티면 승리하는건가 싶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무언가를 포기하는건 그 무언가를 시작하고 채 몇일이 지나지 않아서이다. 그야말로 버티고 버텨 최소 한달 혹은 삼주 이상일 경우에는 그것들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해온 것들이 애매하게 버리기 아까워지기 때문. 근데 참 우습게도 삶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거다.
책을 읽거나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볼 때만 해도 그렇다. 보통 나는 고전문학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다양한 나라의 이름들을 접하곤한다. 등장인물들이 많은 고전을 읽을때 초반에는 책에 몰입하는것이 쉽지 않다. 이름이 좀 길어야 말이지. 긴것도 긴건데 좀 어려워야 말이지. 하면서 포기한 책들이 사실 여러권이다. 근데 이게 책 등을 기준으로 1/5정도만 꾹 참고 넘어가다보면 정확하게 그 이름들을 외우진 못하더라도 뉘앙스 혹은 책의 문맥상으로 전체적인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책의 재미는 그 때 부터다.
드라마나 영화도 제할 순 없다. 누군가가 추천해준 넷플릭스의 추천작을 켜고 초반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그게 아무리 재미있고 유명하고 몇차례 상을 받은 작품이다 할지라도 금새 뒤로가기 버튼을 찾는 엄지손가락을 발견한다. 드라마의 경우 특히 1화에서 포기하기 쉽상인데 2화정도까지 꾹 버티고 보다보면 캐릭터들이 하는 말들이나 상황,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에 넋을 잃고 다음화를 찾게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서 밤을 새울 수 있을 정도로 사실 우리 삶 대부분이 이렇게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오늘아침 우렁차게 울어대는 한 마리의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지하철을 침수시키고 사람들이 도로에 차를 버리고가고, 도시의 커다란 건물들을 물에 잠기게한 이 궂은 비를 이겨냈구나. 장하다. 장한 매미다 하는 생각을 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어떤 습관이 형성되려면 21일 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 시간을 버티면 그게 어떤 일이나 행동이든, 뇌는 자연스럽게 그 습관들을 행하는것에 당연함을 느끼고 거리낌이 없어진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짧아보이는 그 21일을 버텨내는것이, 몇 십년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이토록 버거울까 생각하니 조금 우습기도하다.
아침산책에서 매미소리를 듣고 생각이 과해진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미. 너도 해내는데 나도 할 수 있다. 생각이 들어 뜻밖의 고마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