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이렇게 마음 쓰이는 일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이사가 이렇게 마음 쓰이는 일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첫 번째 집
퇴근을 하고 혼자 집에 들어와 맥주를 마시다 문득, '이제 다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 수 없는 거구나'하는 생각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엉엉 울었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게 어느덧 4년 전이다.
막막하고 외롭기만 했던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독립. 첫 집에서의 1년 10개월은 혼자서 일어서라는 우주의 숙제를 받은 기분으로 하루하루 살아갔다. 물론 처음으로 혼자 산다는 사실에 대한 설렘과 기대도 한 묶음이었지만 그보다는 외롭고 쓸쓸한 시간들이 가득했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울며 지쳐 잠든 날들이 수두룩 쌓였던 집이었다.
두 번째 집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두 번째 집으로의 이사에서는 혼자 사는 것 자체에 대한 편안함이 가득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급하게 알아본 집이었는데, 그 집에 들어가자마자 '여기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당일 바로 계약을 하기까지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마치 집이 '여기야, 어서 와.' 하는 느낌이었달까.
혼자의 시간에 익숙해진 독립 3년 차는 이제 누군가와 함께 자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작았지만 왠지 모를 애정이 가득했던 두 번째 집에서는 유난히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들을 많이 했다. 큰 창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늦은 저녁, 이른 새벽에도 한 무더기로 쌓여있는 불빛들을 보는 일은 내가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임대인과의 마찰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2년간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나온 작고 특별한 집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얼마 전 끝낸 나의 이사는 여러모로 쓰라렸다. 매번 이사 때마다 나를 도와주신다고 와주시는 부모님이 갑자기 너무 작아져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저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싶다가도 문득 '이제는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목 끝까지 차오르는 무언가가 내 안에서 크게 요동쳤다.
혼자 사는데도 무슨 짐이 그렇게나 많은지, 두 번째 집에서 버려도 버려도 끝도 없이 나오는 짐들에 그동안 이렇게 많은 마음들을 이 집에 담아놨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이제는 버려질 마음들을 전부 버리고 들어온 세 번째 집.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집이지만 갑자기 넓어진 집에 영 마음이 가질 못한다.
좁은 방 하나짜리 집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잘하지만 소중했던 마음들을 거두고 온 이유에서인지 한 달이 채 안된 시간이지만 마음이 잘 가질 않아 아직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낯설다.
그래서일까. 이번 이사를 하고는 완전히 몸져누웠다.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을 정도로 몸이 아팠고, 지끈거리는 머리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넓어진 공간에 혼자 앉아있으면 그 모든 공간이 나인 것 같다가도 내가 아닌 것 같아 어수선히 집안을 둘러본다.
곧 정이 들겠지. 살다 보면 마음이 가겠지. 그 말을 믿는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잔뜩 버리고 온 마음들에 아직 빈 공간이 헛헛하게 남아있어도
그래도 나를 기다리는 나의 공간에 다시 마음을 채워넣기 시작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