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손에 들려보내고싶던 오빠는 추운 겨울날 지하철 역사내에서 파는 귤 한봉다리와 양말 한봉지를 기어코 손에 들려보낸다. 양말가게 앞에 서서 더 필요한 던 없냐고 몇번을 묻던 그 먹먹한 사랑이 그 해 겨울을 따뜻하게 덥혔다.
여섯살 차이가 나는 오빠는 태어난지 얼마 안된 내가 예뻐 그 조막만한 손과 짤막한 다리로 나를 들처업고 다녔다고 한다. 아들보다 딸이 더 예쁜 아버지의 서운한 말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 구슬같은 눈으로 나에게 한없이 빛을 주던 나의 오빠. 늘 멀게만 느껴지던 학창시절을 지나니 도리어 친구가 되어 돌아온건 오빠가 먼저였다. 막막하도록 어색하고 무섭기만했던 오빠는 어느덧 다 자란 나를 본인의 친구 대하듯 그렇게 대해주어 어안이 벙벙했다. 소개팅할 여자의 신상정보를 읊으며 잔뜩 신이난듯 까불거리는 모습이기도 했고 어떤날은 머리 위 먹구름을 얹고다니는듯 상심에 가득찬 얼굴로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늘상 언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내가 처음으로 '언니'라는 존재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게 됐다.
신기하게도 오빠와 나는 서로 다년간 했던 연애의 종지부를 비슷한 시기에 찍었다. 고기를 먹자는 오빠의 말에 귀찮음을 무릎쓰고 퇴근 후 낯선 발걸음을 옮겼다. 왜 헤어졌냐는 오빠의 말에 안주삼아 뱉어낸 내 속마음 이야기에, 가장 친한 친구의 앞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그간 이렇게 많은 것들이 내 마음에 담겨있었나 싶을만큼 떨궜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 말 없이 고기만 구워 연신 내 앞접시에만 담아주던 나의 오빠.
언젠가 내가 어렸을 적, 늘 투닥거리고 노려보기만 바빴던 미운 오빠의 어떤 친구가 한 말이었다.
어찌나 니 자랑을 하던지 모르겠다고.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팔불출이 따로 없다고.
내가 잘 하는게 있었나, 그간 잘 해온게 있었나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한 것들을 오빠는 이미 온 동네에 자랑하고 있었다.
그 단풍잎 만한 작은 손으로 내 유모차를 밀던 그때 그 어렸던 나의 오빠가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아직도 나를 아끼고 생각하고있다는 사실이 느껴질 때가
'아 내가 여직 사랑을 받고있구나'싶은 생각이 드는 유일한 순간이다.
추웠던 그 겨울에 내 손에 쥐어주었던 양말이 가득 담긴 검정봉다리가
이 세상 그 어떤 핫팩보다도 더 따뜻하고 소중해 한참을 신지 못하고 놔두었다.
매 해 돌아올 겨울마다 생각날 그 양말봉다리는 앞으로의 모든 겨울을 따뜻하게 덥혀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