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생노트

말이 되는 개소리.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

by 오롯하게

헤어지지 않은 듯 헤어지자는 누군가의 말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때가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개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난 그 개소리에 세상을 잃은 듯 무너졌었다.


'뭐? 어떻게 하자고?'

'지금 이렇게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자꾸 슬프잖아. 그러니까 헤어진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러면?'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럼 좀 덜 슬프지 않을까?'


개소리였지만 그 개소리가 말이 되긴 했다. 슬프긴 했지만, 영영 못 볼 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1년 후가 됐든 10년 후가 됐든 다시 만날 거라 생각하니 무너지던 마음을 조금은 붙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상한 이별을 했었다. 그러고 나서는 이상하게 멀쩡해졌다. 보통 누군가와 이별을 하게 되면 '헤어지자' 한 다음날부터 계속해서 생각나고 연락하려는 손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스스로와 계속 싸웠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멀쩡했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언젠가 정말로 언젠가 인연이라면 곧 보겠지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달랬던 것 같다. 어쩌면 추저분스럽게 길거리에서 엉엉 우는 나를 얼른 달래서 집으로 보내고 싶었던 그 사람의 꼼수였을지 모르는 그 개소리가 신기하게 통한 거다.


사람들은 가끔 스스로를 최면에 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최면들이 하나같이 다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너무 추운 겨울이면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야야 안 추워, 춥다 춥다 하면 더 추워진다 너.'


이런 말도 안 될 것 같은 최면들이 통하는 이유는 사람은 정말 생각한 대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이다. 기차 안 냉동고가 고장 나 수리를 하러 수리공이 기차로 출장을 갔다. 냉동고에 들어가는 순간'철컥' 냉동고 문이 잠겼고 당황한 수리공은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열릴 생각은 하지를 않았다. 두려움에 어찌할 줄을 몰랐던 수리공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동전으로 냉동고 벽에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한다.


'몸이 점점 더 추워지고 있다.'

'점점 더 추워지는데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점점 잠이 오는 것 같다.'

'아마 이게 내가 쓰는 마지막 메시지가 될 것 같다.'


잠시 후 냉동고의 문이 열렸고 수리공은 죽은 채 발견됐다. 그때 냉동고 안의 온도는 14도였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느끼게 되어있다. 점점 더 추워진다고 생각하자 수리공의 몸은 정말로 꽁꽁 얼릴 정도의 냉동고에 갇힌 것처럼 반응하기 시작했고 그대로 얼어 죽은 것이다. 고작 14도의 온도에.


도움이 되는 개소리던지, 도움이 안 되는 좋은 소리던지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느낀다.

문득 이 글을 처음 쓰게 됐을 때 이런 내용을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찌 되었든 중요한 내용을 남긴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하얀 거짓말을 건네어 원하는 모든 것들을 이룰 수 있길. 조금 힘이 들 것 같은 하루도 거뜬하게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름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