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씨."
또 시작이다. 아무렴, 오늘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네"
"사람이 왜 이렇게 물러? 팀장님 앞에서 괜히 나만 나쁜 년 됐잖아. 재밌어?"
자기가 나쁜 년인걸 모르는 게 안타깝네.
"죄송합니다."
"죄송이 아니라, 진짜 어이가 없어서. 솔직히 밥값을 만원으로 줄이는 건
회사 그만두라는 소리 아니야? 동의하잖아. 왜 들어가서는 아무 말도 안 해?"
한 차례 구조조정을 한 회사에서 어떻게든 나가는 돈을 막아보려
제한 없이 제공하던 식대를 만원으로 줄였다.
그럴 만도 했다. 자기돈 아니라고 먹지도 않는 거 다 시켜서
죄 버리는 사람들 투성이었다. 특히 저 나쁜 년.
"아무튼 가만 보면 소리 씨는 진짜 사회생활.. 됐다."
똑같은 책상에 앉아서 보낸 하루가 벌써 1270일째다.
저 나쁜 년은 그래봤자 1500일 정도 됐을 텐데
사회생활 운운하는 게 귀여울 지경이다.
"아 혹시, 이거 앱에서는 만원만 결제하고 기사님 오시면 제가 차액 계산하는 건 안 되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자영업자들 괴롭히는 소리.
얼마 안 가 전화를 끊고는,
"아 진짜,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소리 씨 뭐 시켰어?"
나가서 먹는다고 하면 또 따라붙겠지.
"저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요."
"치, 팔자 좋네."
저 나쁜 년한테 안 걸리고 혼자 먹으려면
15분은 족히 걸어가서 10분 만에 먹고 나와야 하지만
1270일 중 내가 혼자서 밥을 먹었을 8일 정도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저 나쁜 년의 목을 물어뜯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