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요? 저녁은.”
아버지가 왔다. 밤 11시 40분을 조금 넘긴 시간.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을 하던 나는 인기척에 에어팟 한 쪽을 뺀다.
“시간이 몇신데.”
나는 늘 궁금했다. 왜 저녁을 먹었냐는 엄마의 물음에
‘시간이 몇신데.’라고 답하는 걸까.
내 방쪽으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밝은 액정 불빛을 낮춘다.
잠시 열렸다 ‘달칵’닫히는 문.
한 집에서 살면서도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일은 주말 저녁 그 뿐이다.
주말 아침에는 늘 밀린 잠을 주무시는 아버지는
일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소파에 몸을 뉘이고
텅 빈 눈으로 깔깔대는 예능을 보신다.
그리고 또 월요일이 다가온다.
늘 생각했다.
아버지는 행복해보이지도 않는 저 무한한 굴레에서
왜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셨던걸까.
충분히 원하는 일을 하며
가족들과 비싸고 맛있는 저녁을 일찍 먹을 수도 있는 삶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말이다.
나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인 줄 알았다.
아버지는 아버지니까,
당연히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내가 성공하기 전 까지는.
몇 달씩 기다려야 먹는 음식점에서 가격을 보지 않고
오롯이 먹고싶은 메뉴를 골라서 해가 지기 전에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성공을 하고 난 뒤에야 알았다.
아버지가 성공을 선택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나마 밤에라도 먹을 수 있는 늦은 저녁을 먹지 못할까봐,
남들이 잠든 깊고 추운 새벽에라도 돌아갈 곳이 없어질까봐,
하나 있는 아들이 친구들 앞에서 십만원 짜리 운동화 하나가 없어 기가 죽을까봐,
그래서 아버지는 성공을 선택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했다.
아버지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