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게 잊혀질 인연이었다면
휴대폰에서 일찌감치 지워버린 너의 휴대폰 번호는
당장 머릿속에서 기억이 나지 않아도
담담한 내 엄지 끝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불태워버린 너의 사진 또한
꼭 감은 눈, 그 깜깜한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만날 수 있다.
미련하다 하지 마라, 미련과 미련함은 엄연히 다르다.
너는 내 미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비록 널 깨끗하게 잊지는 못했지만
깨끗하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잊혀질 인연이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