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생기면 뭐할래?

by 오롯하게

“얼마가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애?”

“글쎄… 요즘 로또 1등이 얼마야?”

“저번주 보니까 25억인가 그렇던데, 세금떼고 뭐하고 하면 20억정도?”

“그럼 20억.”


로또가 되면 퇴사를 하겠노라 마음 먹었었다.

지겨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날마다 여행다니며 갖고싶은 게 생기면

가격 상관없이 ‘이거 주세요'하면서.


“너는 20억 생기면 뭐할건데?”

“글쎄… 딱히 생각한건 없는데.. 학자금 대출 갚고… 집 하나 사고… 음..”


20억이 있다고 인생이 달라질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20억을 갖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쩌면 20억을 버는법을 아는게 중요한거니까.


“막상 그 돈 생겨도 딱 할건 없을걸? 사고싶은거 사봐야 맥스 2억이면 뚝딱이지.”

“그러게.. 또 막상 생각하려니까 별 생각이 안나네.”


어쩌면 평범한 직장인들이 바라는건, 20억이나 로또당첨이 아니라

아무 걱정없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학자금 대출 갚고, 집 하나 있으면 만사 오케이야? 그건 아닐거아니야.”

“그러게… 아 무슨 로또 얘기하다가 얘기가 이렇게 심오해져. 됐어, 20억도 없는데 뭐.”

“나 있어 20억.”

“뭐?”


엊그제 세탁소에 맡길 바지 주머니를 뒤지다가

전 주에 샀던 로또를 발견했고, 됐겠어 싶어 쓰레기통에 넣었다가

혹시 모르니 번호나 맞춰보자 했던 로또가 1등당첨이 됐다.

20억. 20억.


“...미친거 아니야!?”

“미쳤지 진짜. 근데 막상 되니까 할게 없더라.”

“찾았어?”

“내일 가려구.”

“와.. 이게 진짜 되는구나..”


늘 뭔가를 이루고싶다는 생각이 한가득이었던 나에게

하늘에서 20억이라는 돈이 뚝 떨어지자, 그 돈이 마냥 좋은게 아니라

내가 손으로 직접 20억을 벌고싶다는 욕망이 더 강해졌다.


“근데 진짜 그걸로 뭐할거야 너, 와 미쳤다.”

“글쎄…일단 돈 찾으면 너한테 밥이나 사지뭐.”


진짜 이 돈으로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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