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정말 가을이다.

by 오롯하게

“벌써?”


옆자리 은수씨가 오늘 트렌치코트를 입고 출근했다.

그러니까 진짜 가을같네.


“지금 바짝 안입으면 절대 못입잖아요, 작년에 사서 두번밖에 못입었어요.”

“그건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울던 매미들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듣기좋은 풀벌레소리가 들려온다.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면 트렌치코트 입어라 이건가?


“나도 한 벌 살까? 은수씨 그거 이쁘다. 어디서 샀어?”

“링크 바로 보낼게요 오늘 사세요 팀장님. 얼른 입어야죠.”

“누가 쫓아와? 은수씨 웃겨 죽겠다.”

“겨울이요, 겨울이 쫓아오잖아요. 한시가 급해요!”


분명 우리에게 주어진 사계절 모두 덥지만 반짝이고, 춥지만 청량한 그런 매력과 의미가 넘치는데도

그 사이에 고분고분 끼어있는 따뜻하고 시원한, 봄과 가을만 사랑받는 것 같아

잠시 여름과 겨울에 미안해진 느낌이었다.


“샀다. 구매완료.”

“좋아요, 배송오면 바로 저랑 같이 입고다니기에요!”

“알겠어, 고마워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탓에 봄과 가을이 더 빛나보일 수 있는걸

사람들은 까무룩 잊고있는 듯 했다.

빛과 어둠, 미움과 사랑, 차가움과 따뜻함, 네모와 동그라미, 소란함과 고요함.

그런것들.


“기분이다, 날씨도 선선한데 우리 오전은 땡땡이 치자. 커피 살게요 내가.”

“대박- 팀장님 최고! 역시 가을이 좋다니까요. 시원해지니까 다들 기분도 뽀송뽀송해지고,

여름은 끈적거리고 모기에다가.. 으.. 해방이다!”

“그래도 끈적이는걸 아니까 지금 이 가을에 감사함을 알잖아요.”

“맞네, 맞는 것 같아요. 에이 몰라, 팀장님! 저 비싼거 마셔도 되요?”


“그럼요. 맨날 사는것도 아닌데, 비싸고 맛있는걸로 골라요. 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잖아요.”


가을이다.

정말 가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31살 11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