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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Oct 05. 2023

볕이 좋았던 날들, 잘 마른 빨래.

조금은 차가운 바람에 볕이 좋은 날이니, 볕이 좋았던 날들이 떠오른다.


아주 어려서부터 어리지 않게된 날들까지 일요일 아침이면 해가 들어오는 베란다 앞에앉아 나를 기다리던 아빠가 떠오른다. 아빠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 이제 막 깨어난 잠에 다시 들듯하게 귀를 파주던 그 순간. 해가 비춰 점점 뜨끈해지는 뺨과 간지럽지만 시원한 귀. 빠짐없던 그 일요일들이 문득, 오늘의 볕에 떠오른다.


방금 다 말라 개킨 수건에 닦는 얼굴, 뽀송하게 마른 배게커버에 닿는 뺨.

그늘진 골목을 벗어나자 머리맡에 놓여진 따뜻한 햇빛.씻은지 일주일 된 나의 강아지에게 나는 꼬순내.


문득 떠오르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느껴지는건 하나다. 행복은 어쩌면 모든 시간들에 묻어있다는 것. 불행하다 느껴지는 순간들에도 그 불행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온전히 살아있는 행복을 온 몸으로 껴안을 수 있다는 것.


산다는건 어쩌면 행복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어찌보면 오만한 생각이 떠오른 볕이 따가운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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