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요.
한 겨울처럼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어요.
스노우볼 안에 갇힌 것처럼요.
키가 큰 자작나무들이 한가득 있는 숲이었던 것 같아요.
하얀 나무에 잔뜩 덮여있는 하얀 눈들이
내 머리 위로 쿵..쿵.. 하고 떨어지기도 하고요.
발이 너무 시려서 내려다봤더니 하필이면 맨발인 거에요. 손에는 장갑도 꼈고 두꺼운 털 모자도 썼는데 발은 맨발이었어요.
그래도 하는 수없이 앞으로 걷고 또 걷고,
발이 빠-알갛다못해 보랏빛으로 변해도 걷고 또 걸었어요.
그런데요.
저 제일 끝에 있던 자작나무들 사이에서 당신이 오는거에요.
새하얗게 옷을 입은건지, 입은 옷 위로 새하얀 눈이 잔뜩 쌓인건지
아무튼 눈처럼 하얀 당신이 새하얗게 웃으면서 나한테 오는거예요.
내 앞에 와서는 늘 그렇듯 예쁘게 웃으면서
신고 있던 털 신발을 벗어 내 발에 신겨주더라고요.
추운 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당신이 나에게 털 신발을 신겨주고는 일어나
내 손을 잡고 그렇게 우리는 숲을 걸어갔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를 보며 펑펑 내리는 하얀 눈보다도 하얗게 미소 지었어요 당신이요.
괜찮다고 나는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조금 있다 보니, 당신의 발도 보랏빛이 되더라고요.
그저 그렇게 걸었어요 우리는.
요즘따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 오히려 내가 큰 위로를 받은 것 같아서요,
꿈에서 깨어나 한참을 울었어요.
마치 내가 당신에게 보낸 위로에
나 괜찮다고. 나는 아주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더 크게 안아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했어요.
오늘 밤 꿈에는요.
우리가 아주 따뜻한 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젯밤 하얀 자작나무 숲에서 잔뜩 얼어버린 당신의 발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