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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an 26. 2024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쏟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쏟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다.
정말로 목숨을 다해 사랑하려 했다.
사랑하고 있다.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몸살은 마음에도 찾아온다. 예고장 하나 없이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이 어두운 마음이 곧 다가올 것을 알듯, 난 그 전조증상에 나타날 때부터 그 마음을 어찌해야할 지 몰라 늘 도망갈까 말까, 그냥 두들겨 맞을까 어쩔까 고민만 하다, 그 날카로운 칼날에 늘 베이곤 했다. 사방이 막힌 골목에 갇힌 것 처럼, 위로 솟아날 하늘도 지하로 꺼질 땅 한 칸도 없이 그저 베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 끈적이고 검어진 세상에서 나오려 발버둥치는 것 중 하나는, 그토록 아끼던 이들에게 마음을 쏟아붓는 것이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든 순간에도, 늘상 주던 사랑이 바닥나 바닥을 박박 긁어야 함에도 바닥에 눌러붙어 잘 떼어지지 않는 사랑들을 모으고 모아 주는 거다. 그때 알아차린다. 아, 내가 또 다시 그곳에 갇혔구나. 살려고 발버둥 치는구나.


그게 뭐든, 하려한다. 그들을 응원하고 위로하고 치켜세워주며, 맛있는 음식을 사먹이고 평소 필요하던 물건들을 선물한다. 한참을 그러고 나면 내가 퍼다준 마음들이 결국 내가 받고싶었던 마음들이었음을 깨닫는다. 매번 그러고 그러고, 알면서도 또 그런다.

이제는 남은 사랑들을 긁어모으는 와중에 그를 알아차린다. 누군가 나에게 잔뜩 주었으면 하는 마음들을 가져다주는 와중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쏟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제는 그 마음을 나에게 쏟길, 아니 영영 그런 순간들이 나에게 남겨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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