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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Dec 15. 2023

영영 아침에 오질 않길,

영영 아침이 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당신은 알까.

밤이 찾아와도 잠들고 싶지 않다. 다만, 환한 아침이 오는 것이 어느 순간 꺼려지기 시작했다.

또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으면 금세 밀어닥치는 불안감.

언제나 아침을 사랑하기만 했던 나에게는 너무나 어색한 일이다.

밤이 오면, 그제야 내 시간들이 찾아온 것 같다. 물론 어김없이 찾아온 아침에,

하루를 정리하며 무언가를 해내는 기분들은 여지없이 아름답고 소중하다.

하지만 밤이 되면, 모든 것이 어두워진 하늘에 가려져 전부 숨어버린 채 조용해지면

그제야 내 시간이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온함.

잠을 자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 당위성…


그저 긴 시간을 살다 본래의 곳으로 돌아간 영혼들이 지독히도 존경스럽다.

본래 산다는 것이 이토록 아름답지만 뻔하고, 소중하지만 지루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영혼에게 주어진 무수한 아름다운 일상과
그런 일상에 밝게 불을 켜주는 아침이라는 순간, 시간이 무척이나 고맙고 또 소중하다.
이 모든 것들이 각자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불을 끄고 침묵을 지키는 밤에는
들떴던 마음과 내 마음 안을 휘젓고 다니던 생각들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온전한 나, 그대로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언제나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를 만난다.

하루동안 몸과 마음에 이끌려 다녔어도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

그런 나를 만나는 시간들로 밤은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밤이 찾아와도 잠들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환한 아침이 오는 순간을 반갑게 두 팔 벌려 맞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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