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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Oct 11. 2016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 <맨 인더 다크> 당신의 공포는 무엇인가

어둠은 공포다. 어떤 것이라도 봐야만 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더더욱 큰 두려움이다. 심장이 쿵쾅대고 온 몸의 혈관들이 순식간에 좁아져 온 몸에 피가 흐르는 일이 버거워지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는데 숨소리를 내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움직여야 나갈 수 있는 그 어두운 공간에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그 공포를. 당신은 아는가.


영화 <맨 인더 다크>는 그 공포를 관객들에게 아주 소름 돋게 선사해주었다. 길지 않은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영화관 의자의 손잡이를 놓을 수 없고, 한껏 밀어 올린 발 뒤꿈치를 내릴 수 없었다. 




영화<맨 인 더 다크> 머니, 록키, 알렉스

영화 속 록키 알렉스 그리고 머니는 주로 빈집을 턴다. 현금을 제외한 물품들을 챙겨 나와 그 흔적을 남기려 하지 않는 편이다. 집 같지 않은 집을 벗어나려는 록키와 그녀의 남자 친구 머니는 현금을 챙겨 캘리포니아로만 떠나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딸을 사고로 잃고 피의자의 두둑한 조의금을 갖고 홀로 살아간다는 전직 군인의 집을 다음 털이를 할 집으로 정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영화의 줄거리는 그리 특별하지도, 재미나지도 않다. 그저 흔한 범죄 스릴러의 내용들의 아주 기본적인 스토리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 영화 <맨 인더 다크>에서는 그 연출법이 온몸의 소름을 돋게 한다.



영화<맨 인더 다크> 눈 먼 노인

전쟁에서 시력을 잃고 맹인이 되어버린 전직 군인이었던 노인의 집이라는 점에 그 차별성이 있다. 보고 듣고 느끼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각 중에서 하나를 잃게 된다면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으로 나머지의 감각들이 보통사람들보다 뛰어나게 발달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시력을 잃고 평생을 어두움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대신 예민한 청력과 치열한 후각으로 사람이 서있는 위치와 성별과 소리를 읽고 볼 수 있었다. 보안업체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의 뒤통수라도 치듯, 항상 훔쳐 나오려는 집들의 열쇠를 가지고 나왔던 알렉스는 노인의 집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건 아니다'싶은 마음에 집을 나오게 되고, 분명 최음 가스를 방에 살포했음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이 의심스러운 소리를 듣고 내려온 노인은 곧장 머니를 죽이게 된다. 머니가 죽은 후 곧장 옷장으로 숨은 록키는 알렉스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고, 머니를 쏜 총소리에 이상함을 느낀 알렉스는 짝사랑하고 있던 록키가 걱정돼 다시 노인의 집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속 터지는 부분은 록키의 돈을 향한 어리석음이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목숨과 10만 달러를 사이에 두고 계속해서 갈팡질팡. 그녀는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영화 속 그 다양한 장면들 속에서도 언제나 돈을 선택했다. 인간의 아무 쓸모없는 욕망, 욕정을 록키는 아주 짜증 나리만치 잘 담아냈다. 



영화<맨 인더 다크> 스틸컷.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인공 '록키'


이 영화에서 온 몸의 신경을 열고 숨을 쉴 수 없었던 최고의 장면은 손톱만큼의 빛 한 점도 없던 지하실에서 벌어졌던 두 주인공과 노인과의 사투였다. 이미 어두움에 익숙해져 소리와 후각으로 누군가를 찾는 것에 익숙한 노인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던 록키와 알렉스. 노인을 제외한 두 주인공들이 조금의 빛이라도 보려 애를 쓰며 크게 뜬 눈. 그러나 한 점의 빛도 들어가지 못해 까맣게 확장된 동공. 그 모습 자체가 관객들에게 선사한 공포는 어마어마하다고 생각된다. 그 장면을 통해 마치 내 눈이 먼듯한 느낌을 배우에게 제대로 이입할 수 있었다. 공포 그 자체였다. 그 어떤 공포보다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감각들의 소실은 그야말로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이다.


후편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은 나뿐일까? 아마 많은 관객들이 느꼈을 것이다.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보다, 살인자가 나오는 스릴러보다도 영화 <맨 인더 다크>가 소름 돋았던 까닭은 아주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일으켜놓은 원재료는 인간의 욕망. 목적과 목표와 의미를 잃은 큰돈에 눈이 멀어 무엇이 중요한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조차 없는 상황에 다다른 주인공의 허무맹랑함이 이 모든 일을 자처했다. 꼭 돈뿐만이 아니다. 사람에 집착하다 보면 그것이 사랑인 줄 알고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들. 어두운 상황을 벗어나고자 '한 번만'을 속삭이며 시작했던 '훔침'은 어느새 '살인'으로 번지기도 한다. 물론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이성을 차려 그 원인과 목적을 뚜렷이 하기란 인간이 또한 지니고 있는 '감정'이라는 벽이 부딪혀 왜곡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금만 스스로의 감정과 이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허무하고 무섭게 벌어지는 상황들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두움은 육체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크나큰 공포를 야기한다. 당신의 공포는 무엇인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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