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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Nov 08. 2016

조금만 더 행복할 순 없을까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 들어 많이 하는 생각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상황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내 주변의 상황들이 보다 나아지고, 내가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저 나는 여기까지. 지금 내가 서있는 지금 이 자리가 나의 최선이라고 스스로에게 앞을 내다볼 여유조차 쥐어줄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근데 요즘의 나는 조금 아이러니하다. 사실 요즘의 내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나에게 소리치고,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은 눈을 깜빡이는 짧은 순간에도 내 시야를 떠나지 않는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생각들은 달이 하늘을 지키고 있는 꿈자리에서 생생하게 나를 찾아온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잠시나마 행복해하고 지하철 출구를 나왔을 때 나를 맞이하고 있는 노랗고 빨간 요즘의 나뭇잎들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나라면, 지나치다 마주친 커피향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나라면,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누누이 되새김질했다. 지금이 행복해야지만 5분 뒤에도 1시간 뒤에도 한 달 그리고 일 년 뒤에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나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썩. 행복하지 못하다. 내 탓인지 누군가의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의 이 시간과 상황들을 빗겨나갈 방도가 도무지 보이지 않아 컴컴하고 거친 가시밭길을 그저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아, 이 상황만 아니라면, 지금 내가 헤엄치고 있는 이 호수가 아니라 조금 더 멀리 있는 저 지평선 너머에 보이는 호수라면 혹은 바다라면. 지금보다 물이 조금 덜 따뜻하더라도, 이끼가 낀 돌멩이들이 조금 더 많더라도, 못난이 물고기들이 조금 더 많더라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행복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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