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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an 12. 2017

너 이 새끼발까락

두해 전 여름 부러졌던 오른쪽 새끼발까락이 요즘도 문지방에 자꾸 걸린다. 나는 내가 꽤나 조심성있는 사람일거라 생각하고 이 세상 누구보다도 조심스럽다 자부하며 살아왔건만, 시도 때도 이유도 없이 2센티도 채 되지 않는 새끼발까락이 혼자 문지방에 걸려, 큰 몸뚱이를 휘청하게 하는걸 보고있자면 내가 나를 이렇게 모르는구나 싶다. 엄지발까락도 아니고 새끼발까락이 문지방에 걸렸을때 그 고통을 아는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떨어지는 노트북을 정통으로 맞아 한번 부러졌던 녀석이라, 문지방에 걸릴때마다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뼈가 있는것이 맞는가 싶을정도로 확- 휘어져버리는 그 오른쪽 새끼발까락이 문지방에 걸릴때면, 잡기도 애매할만큼 작은 그 녀석을 움켜쥐고는 방방뛰며 깨금발로 온 집구석을 뛰어다닌다. -아씨, 아-아아- 아씨진짜- 뭐라 말도 하지 못한다. 그냥 씨씨거리며 탓할 것 조차 없는 그 어리석은 행동을 비난하기 바쁘다. 그렇게 통증이 좀 잦아들고나면 붓는지 붓지않는지를 유심히 살핀다.

이 몸뚱이의 뼈가 처음으로 부러진게 이 오른쪽 새끼발까락인데, 뼈가 부러지면 어떨까? 했던 답을 몸소 보여준 녀석이기도 하다. 그냥 문지방에 찌었거나 무거운 물체에 찌은 느낌 정도가 아니다. 깨금발로 방방거리는 시간은 지체할 수 없이 흘러버리고, 그 2센티도 되지 않는 작은녀석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어진다. 점점 부어오르면서 발갛고 파아란 피멍으로 피부가 뒤덮히고 만질수조차 없을만큼 고통스러워진다. 그 작은 녀석이 검지발가락만큼 부풀고 엄지발가락만큼 뚱뚱해진다. 암만 작은 녀석일지라도 부러지면 아프다.



왜 이렇게 문지방에 잘 걸리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이 새끼발까락이.

왜 이렇게 문지방에 잘 걸리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이 새끼발까락이. 뼈가 부러지기 전에는 발 전체가 틱-하고 걸려 넘어진적은 있었으나 새끼발가락이 납작한 문지방에 걸려 깨금발로 온 집안을 휘젓고다닌적은 없었다. 근데 이게 참 한번 부러지고나니 ‘내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주도록해’라는 신호라도 되는냥 주기적으로 걸려 넘어진다. 얼마전에는 진짜 부러진줄 알았다. 딛을 수 없을만큼 저려오는 통증에 깨금발로 콩콩 온 집안을 휘젓고 한참을 다녔는데도 그 통증이 가라앉질 않자, 냉큼 주저앉아 발가락의 상태를 확인했다. 왼쪽 새끼발까락. 오른쪽 새끼발까락 이 쪽 봤다가 저 쪽 봤다가. 비교를 하면서 이 녀석이 부어오르는지 그대론지. 어-좀 다른거같은데 오른쪽 새끼가 좀 더 큰거같은데, 약간 크기가 왼쪽 약지만큼 부푼느낌인데. 그렇다면 멍이 드는지 확인해보지, 하면서 오분정도를 또 이쪽보고 저쪽보고. 그러고도 멍이 들지않자 그제서야 만져봤다. 조이스틱을 건들듯 이리저리 움직여도 잘 움직이는걸 보자, 어휴-다행이다 한숨에 또 까맣게 잊고 지내고있다.



그럴때마다 늘 생각한다. 작은것들이 주는 큰 불편함의 웅장함을.

참 작고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것들이 종종 일으키는 반란은 그보다 훨씬 큰 몸집의 것들을 흔들어놓는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나비효과를 떠올려도 좋다. 나는 스스로 조심성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쓸한 달이 떠있는 밤이 되면 여기저기 생긴 작은 상처들을 발견한다. 엊그제는 글쎄 오른쪽 손등에 누군가 한땀한땀 바느질이라도 한듯 상처들이 원을 그리고있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몇주 전부터 왼쪽 검지손가락과 손톱 사이의 애매한 곳이 갈라져있다. 밴드를 붙이기도 애매한 곳이라 물이 닿을때마다 쓰리고, 종이를 집을때마다 쓸리고.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럴때마다 늘 생각한다. 작은것들이 주는 큰 불편함의 웅장함을. 그러니 작다고 무시하지않고 작다고 지나치지 말고 작다고 아무렇지 않을거라 생각하는건 큰 오산일 것이다. 작은 것들을 사랑해야 큰 것들을 만날 수 있고 작은 노력들이 모여야 큰 기회가 찾아온다. 어찌됐건,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오른쪽 새끼발까락이 문지방에 걸리진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작은 걱정을 선물한다. 오늘도 무사히 문지방에 걸려넘어지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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