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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Feb 04. 2017

전쟁을 넘어선 아름다움. 청춘

영화<청춘의 증언>

기쁨과 행복이 그러하듯 아픔과 불행 또한 갑작스럽게 우리를 찾아온다. 알아채지도 못한 순간에 이미 그들에게 와있던 청춘. 그것을 느낄 조금의 여유조차 없이 국가는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들의 순간들을 앗아가버렸다.



전쟁을 한다. 경제적인 이유, 정치적 이유, 가끔은 국민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이유들로 벌어지곤 한다. 1914년 오스트리아의 선전포고로 시작되어 1918년 독일의 항복으로 그 문을 닫은 제1차 세계대전은 모두가 짐작하듯 수 많은 아버지와 아들과 애인과 친구를 앗아가버렸다. 청춘의 증언에 나오는 4명의 청춘 에드워드 그리고 그의 누나 베라. 에드워드와 형제와도 같았던 롤랜드와 빅터. 그들은 옥스포드대학을 다니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자신들이 담겨져있는 열정 가득했던 청춘에 젖어있었다. ‘시’라는 작은 글귀들. 그 설레는 순간들로 그들의 시간을 가득 채웠던 베라와 롤랜드. 그들의 청춘어린 사랑마저 전쟁은 허락할 수 없었다. 전쟁이 발발. 금방 막을 내릴 줄 알았던 전쟁은 롤랜드를 그 다음은 빅터를 빼앗아갔고, 베라의 분신같은 존재였던 에드워드까지 그녀의 곁에 남겨두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최고의 전쟁회고록으로 전해지고 있는 Testament.of.Youth(청춘의 증언)는 당사자였던 베라의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웠다고 느껴지는 그 찬라의 청춘을 말해주고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 죽지않고 꿋꿋이 빛나고 있던 베라와 에드워드, 롤랜드와 빅터의 ‘순간'들을 보고있을때 나 또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에 바빴다.



베라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빅터에게는 잔인한 일이었지만, 베라와 롤랜드는 짧은 순간에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작은 글자들이 모여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듯한 시를 주고받으며, 그들의 마음 또한 서로를 위하게 되었다. 여성은 공부를 하고 학위를 받는것 보다도, 좋은 남자를 만나 좋은 아내가 되어주는 것이 더 당연하고 우선시되었던 1910년대에, 베라는 보다 열정적이었고, 당찼고 무엇보다도 글을 사랑했다. 롤랜드는 그런 베라를 멋지게 여겼고 이해하고 사랑하게되었다. 함께 옥스포드를 다니며 글을 사랑하고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여기던 그들의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도 못한 채 산산조각 나버린다. 전쟁이 롤랜드를 데려갔고 베라는 눈물을 흘리는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베라와 롤랜드의 애뜻한 사랑 그리고 에드워드 롤랜드 빅터의 형제같은 우정의 아름다움을 확연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국가간의 전쟁으로 인해서 상처입은 수 많은 가족들과 연인들과 친구들에게 감히 전할 수 없는 위로를 하는 듯 했다. 영화 속 인물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내 가슴을 울렸고, 많은 당사자들의 눈물을 토닥여주었을 것이다. 형제같았던 롤랜드와 빅터를 잃은 에드워드는 전장 속, 하나뿐인 남매 베라와의 편지에 이런 글을 적어내려갔다.
‘그 둘과 함께 한 추억은 세상을 다 줘도 못 바꾸지. 그 추억의 해는 지지 않아’
세상을 다 줘도 바꾸지 못할 형제같던 친구들을 잃은 에드워드 그리고 세상을 다 잃었어도 절대 잃고싶지 않았던 약혼자 롤랜드를 잃은 베라. 여장부같이 강인하고 담담해보였던 그녀조차 롤랜드의 유품 속 발견한 시 한편에 와르르 무너져내리고만다.


-플러그 숲의 제비꽃-

바다 넘어 널 보내네
이상하지 왜 파랄까?
스며든 피는 빨간색인데
그의 머리맡에 핀 꽃
이상하지 왜 파란색일까? 

플러그 숲의 제비꽃
내가 뭘 떠올렸을까?
삶, 희망, 사랑, 그리고 그대

청춘이 스러진 곳에
처연히 피어난 제비꽃
그날의 비극 감추네. 

그대는 보지 못해 다행이네
바다 넘어 제비꽃
멀리 그리운 망각의 땅으로
추억을 담아 보내네
그대는 이해하리라.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렸고 눈을 젖게 만들었다. 총알이 눈 앞을 넘나들고, 보고싶은 가족과 부르고 싶은 이름들 조차 부르지 못하는 전쟁터에서도 청춘들은 빛이 났다. 전쟁터 속 에드워드의 친구이자 버팀목이었던 제프리마저 의료천막안에 누워있는 에드워드에게 한 통의 편지만을 남긴 채 인사를 고했다.

‘어제 막사로 돌아갔어. 다들 기진맥진했지.. 눈 앞에 펼쳐진 폐허를 보는데..뭐랄까?
묘한 느낌이 밀려왔어. 포탄 자리에 고인 물에 노을이 비치는데, 황금웅덩이 같았어.
그곳에서 뭔가 위대한 게 느껴졌지.한 없이 평온했어. 에드워드, 네가 떠올랐어.
내 친구, 에드워드. 우린 곧 만날거야. 이생에서든 다음 생에서든..’



마지막 남은 동생 에드워드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싶은 마음에 프랑스 전방에 있는 곳에 간호사로 자원했던 베라는, 우연치 않게 죽어가는 에드워드를 발견하게되고 그를 살려내지만 끝끝내 전쟁은 동생마저 데려가야만 했나보다. 그렇게 모두를 잃고 1918년. 독일의 항복으로 제1차 세계대전은 휴전협약을 맺고 베라는 고국으로 돌아간다. 독일의 잔인한 행적에 수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독일에 대해 보복전을 해야 한다는 찬반협정에서 모두를 잃은 베라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가 전방에 간호사로 있었을때 시력마저 잃고 죽어가는 독일군이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이에게 용사를 구하는 그의 손을 잡아줄 수 밖에 없었다고. 그 독일군의 손은 전쟁 속에서 죽은 동생과 약혼자의 손이기도 했다고.
더 이상의 죽음은 그 어느 곳에서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그 무엇보다도 사랑했던 이들을 잔인하게 잃고도 그들을 죽인 이들에 대해 이해와 용서가 있어야 한다며, 더 이상의 죽음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외치는 베라가 너무나 대단했지만, 그 만큼 안쓰러운 마음 또한 숨길 수 없었다.



다들 잊고싶겠지. 내가 잊길 바랄거야. 하지만 난 못 잊어. 잊지 않을거야.
너희들에게 하는 나의 약속이야. 너희 모두에게..


수 많은 전쟁속에 희생된 셀 수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와 연인과 친구들에게 그녀는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건넨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많고 많은 전쟁들 속에 있었던 베라와 롤랜드와 에드워드, 빅터 그리고 제프리까지. 감히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나 또한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이 있기까지에 희생된 모든 청춘들에게 감사와 미안함과 위로를 건넨다. 빛났던 그들의 청춘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것은 아닐까.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청춘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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