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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Mar 10. 2017

이제는 안녕히,

영화 <로건>

그가 떠났다. 울버린. 로건. 이제 그는 우리곁에 없다.


나는 보통 내가 봤던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속의 주인공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고있을지 상상해본다. 2014년에 봤던 나의 인생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속 재열과 해수는 어떻게 살고있을까 싶기도 하고 극장에서 세번이나 봤던 휴잭맨 주연의 리얼스틸 속 찰리의 아들 맥스가 훌쩍 큰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곁에서 17년동안이나 히어로로 있어준 울버린의 끝은 단 한번도 상상해본적이 없었다. 그는 묵묵히 그리고 언제나 우리의 곁에서 든든한 히어로로 남아줄것을 단 한번도 의심하지 못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무섭게 혹은 멋지게,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듯 뿜어져나오는 울버린의 날카로운 클로는 언제봐도 괜시리 든든했다. 그야말로 츤데레스러운 울버린의 삶은 1832년의 지미에서 시작된다. 2017년이 되서야 로건이 그 생을 다했으니 무려 185년을 산 셈이다. 사실상 찰스의 염력으로 많은 뮤턴들이 목숨을 잃었던 가운데 자가치유능력이 강했던 로건이 비록 치유능력은 많이 약해졌지만 그나마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울버린은 그만큼 강하다. 로건은 그만치 강했었다.



처음 로건이 개봉한다고 했을때는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았던 울버린이고 휴잭맨이었기에 그저 영화를 기다리는내내 설렘만 안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설레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로건이 개봉했다. 요즘들어 극장에서 팝콘을 대신하고있는 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어두운 극장 안 스크린에서 로건을 만났다. 안고있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로건을 마주한 순간 가슴이 턱-하고 막혔다. 언제나 강했고 다른 뮤턴들에게 없는 자가치유능력으로 정말. 그야말로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던 로건은 많이 늙었고 또 많이 초라해져있었다. 세월을 담은 얼굴의 주름과 거친 그의 수염은 마음 아팠다. 영화의 내용에 집중할 틈도없이 로건을 멍-하게 보기만 했던 것 같다. 뮤턴으로써의 삶은 일찌감치 끝난듯 그리고 그런 삶에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묵묵하게 리무진 기사의 일을 하며 노약한 찰스를 돌보고있는 로건의 모습은 아마 로건을 아는 모든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또 하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찰스의 죽음이었다. 수 많은 뮤턴들을 하나로 만들려 노력했고 인간과 뮤턴들을 중재하려 한 평생 힘을 쏟은 찰스는 너무 쉽게 세상을 떠나버린다. 그것도 로건의 모습을 그대로 복제한 가짜로건에게 죽음을 당하다니. 허탈했다. 



죽음은 언제나 허탈하다. 일생을 울고 웃고 지쳤다가 힘을 냈다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별 것 아닌것들에 목숨을 걸기도 했던 다사다난했던 삶은 죽음앞에서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남아버린다. 그렇듯 찰스의 죽음또한 너무나 허무했다. 사실 영화 ‘로건’에서 로라의 존재는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 나같은 이들이 많을지 모른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로건의 모습이 훨씬 더 눈 앞에 아른거린다. 숨을 거두기 전 ‘아-이런 느낌이구나’하는 로건의 목소리와 눈빛과 삶을 다해가는 그의 숨소리가 너무나 가슴아팠다. 평생동안 사랑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낸 그의 슬픔과 아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런 그를 보내준 로라와 어린뮤턴들은 산으로 둘러쌓인 고즈넉하고 잔잔한 호숫가에 그를 묻어준다. 곧게 세워져있던 십자가를 뽑아 X자로 눕혀주는 로라의 모습에 먹먹함이 찾아온다. 



영화 속 로건은 로라의 가방에 들어있던 마블코믹북을 본 후 이렇게 말한다. 

‘비슷한 구석은 좀 있지만 전혀 달라. 절대 이렇지 않다고.’ 

아마 울버린. 로건의 마지막을 담은 영화 ‘로건’은 수 많은 뮤턴들과 히어로들의 아픈구석을 관객과 팬들에게 보여준것일 수 있다. 우리들의 주변에 존재하지 않기에 꿈꾸고 응원하고 기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이 실로는 매우 마음아팠다고. 너무나 힘들었다고. 이제는 우리의 위로를 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음 속으로 그의 삶에 작은 기도를 보냈다. 이제는 괜찮다고.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고. 너무 고마웠다고. 당신의 삶에 기댈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그를 향한 작은 눈물방울로 위로를 건넨다.


이제는 안녕히,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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