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새벽공기 좋아해?

by 오롯하게

오늘은 새벽부터 눈이 떠졌어. 그냥 가끔 그런 날들 있잖아. 늦잠을 자고도 느즈막히 침대에서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어도 되는데 억울하게 눈이 일찍 떠지는날. 푹-늦게까지 잠을 자고 싶었는데 새벽 다섯시도 안된 시간에 떠진 눈이 감기질 않더라.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나랑 같이 자는 내새끼 두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스마트폰으로 밀린 웹툰을 봤어. 내가 좋아하는 뷰티유투버가 그녀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유투브도 몇개 보고, 그러고 나니 깜깜했던 방 안이 조금씩 밝아오더라. 뭔가 기대됐어. 다가오는 새벽이.


어제는 두리랑 늘 가던 공원으로 산책을 갔는데, 굉장히 큰 대형견이 새롭게 온거야. 아주 듬직하고 멋지더라. 그런데 너는 잘 모르겠지만 두리는 어렸을때 다리가 한번 부러졌었거든. 거기다 뛰는건 얼마나 좋아하는지, 얌전히 잘 걷다가도 에너지가 넘쳐서 넓은 들판에 한번씩 풀어주곤 하는데 어제는 그 대형견에 힘이 부쳐 넘어지기라도하면 두리가 다칠것만 같아서 내내 줄을 메고다녔어. 그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한참을 돌고 돌아 집으로 왔는데도 줄 한번 못 풀어준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 다가오는 새벽이 기대됐던건 오랜만에 두리랑 나갈 이른 새벽산책 때문이었어.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얼마나 상쾌한지, 새벽을 좋아한다면 너도 알거야. 공기중에 떠다니는 아주,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게 생생하게 느껴지고 걷다보면 어느새 묶은 머리가 조금 촉촉해져. 그러면 엄청나게 상쾌한 감정이 물밀듯 밀려오지. 두리도 내가 느끼는 상쾌함이 느껴진다는 듯이 새벽에 산책을 하면 한없이 침착해져. 그러면 나는 두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새벽산책의 특권이야. 자주 하긴 힘들지만 곧 회사에 나가게 되면 매일 하게 되겠지?


이른 새벽에는 뭐든 조용하지. 조용하고 차분해. 도로 위에 몇대 안되는 자동차들 소리, 환경미화아저씨들이 슥슥 비질을 하시면 나는 낙엽끌리는 소리, 부시럭거리며 점포를 여는 상인들의 소리. 이 모든 것들이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들려오지. 그러면 나는 늘 습관처럼 끼던 이어폰을 빼고 그 모든 소리들을 음악삼아 걸어. 그러면 완벽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더라. 아참, 아이스커피도 한잔 있어야하고.


모든 것들이 자주 부딪히다보면 질리곤 하는데 유일하게 매번 상쾌하고 기분좋은건 새벽공기뿐인 것 같아. 너는 어때? 너도 새벽공기 좋아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2. 눈치, 그거 진짜 중요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