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로 행복해지세요

제이미 올리버의 에브리데이 슈퍼푸드

by 라문숙

아주아주 오래전 어느 날 밤에 남편이 급하게 나를 불렀습니다. 와서 이것 좀 보라고!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면 주로 TV 앞에서 채널 돌리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남편의 여가생활이었던 시절이었지요. 화면 속에서는 새파랗게 젊은 남자애(!)가 그리 넓지 않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어요. 생소한 허브 이름이 여러 번 나왔고 올리브유를 들이부었으며 계량컵은 없었습니다. 요리를 가르쳐준 다기보다는 즐거운 쇼 같아서 감탄이 섞인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보았던 기억이 나요. 짧은 시간에 휘리릭 만들어진 한 접시의 음식들은 그 농후함과 풍요로 내 넋을 빼앗아가기에 충분했지만 그때만 해도 음식에 관한 저의 관심은 돌아오는 끼니를 어떻게 하면 간단하게 그리고 무사하게 넘기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에 그 프로그램이 우리의 주방생활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못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서 교보문고에 갔다가 우연히 그의 요리책을 한 권 발견해서는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 몇 가지의 음식을 시도해봤지만 책 속의 향신료와 갖가지 낯선 콩과 허브, 오일과 식초들을 구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역시 역부족이었지요. 그때는 바질이나 타임을 기른다는 걸 상상도 못했고 포도씨 오일이 없으면 향기가 진하지 않은 다른 식물성 오일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손톱만큼의 융통성도 발휘하지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그 책 역시 대부분의 시간을 책장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제이미 올리버가 올린 사진 한 장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자세한 레시피는 모른 채 비슷한 재료들을 구해서 호밀빵 위에 얹어 주일 하루를 먹으면서 보내고 그의 새 요리책 'Everyday Super Food'를 주문했습니다.


everyday super food, Jamie Oliver


며칠 지나 도착한 책. 표지 속의 그는 여전히 웃고 있어요.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밝고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 반가웠습니다. 여러 날을 책장만 들추며 시간을 보내다가 하나 골랐어요. 고구마 머핀입니다.

재료는 고구마 550그램 정도, 샬롯 4개, 붉은 고추 1~2개, 계란 6개, 코티지치즈 3 테이블스푼, 통밀가루 1과 3/4컵, 베이킹파우더 3 티스푼, 파마산 치즈 50그램, 해바라기씨 볶지 않은 것 1 테이블스푼이 필요합니다(책은 파운드와 온스로 표기되어 있어서 그램으로 환산해서 표기했어요).


고구마를 잘게 썰어서 큼지막한 볼에 담고 샬롯(없으면 양파로 대체)과 붉은 고추를 얇게 채 썰어 더합니다. 계란을 풀어 코티지치즈와 통밀가루, 파마산 치즈를 넣고 저은 반죽을 고구마에 부어 잘 섞어줍니다.



완성된 반죽을 머핀 컵에 적당량 채운 뒤에 반죽 위에 슬라이스 한 붉은 고추, 해바라기씨, 파마산 치즈를 올려 장식하고 화씨 350도(180도에 맞춤)로 예열한 오븐에서 45분 구워내면 완성이에요.



생각해보니 오일도 버터도 설탕도 안 들어갔습니다!



머핀이 구워지는 동안 딸기와 블루베리, 체리를 모두 섞은 후에 발사믹 식초와 설탕 약간을 넣어 버무렸어요. 단 것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눈속임용 메뉴였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용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설탕도 버터도 오일도 안 들어갔지만 치즈가 들어갔으니 남편과 아이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바뀌었습니다. 그 대신 이 책의 슬로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먹기'가 어떤 의미인지 확연하게 와 닿았어요. 맛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동안 타샤 할머니의 버터와 설탕을 버무린 블루베리 머핀이나 초콜릿 머핀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낯선 맛임이 분명하지만 고구마의 은근한 단 맛과 치즈의 풍미가 조화롭거든요.



오븐에서 꺼내어 따끈할 때 먹으면 힘 나는 아침식사가 될 거예요.



제이미 올리버답게 쉽고 화려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화려하고 풍요로운 접시들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요리책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에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뉜 파트별로 신선한 제철 야채들과 퀴노아, 병아리콩, 통밀, 치즈를 비롯한 각종 씨앗과 곡물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제목 그대로 소위 슈퍼푸드로 불리는 재료들을 주로 사용하고 오일이나 버터, 설탕 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므로 요리를 하면서 죄책감이 들지 않는 건 기분 좋은 덤이라 할 수 있겠지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급식을 개선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활동에 맞닿아 있는 건강한 책을 만난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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