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위하여

나만의 명절 만들기

by 라문숙

나는 큰며느리다. 며느리 노릇을 그리 잘 해내지는 못한다. 그래도 명절이며 제사 때가 다가오면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설렘이 조금씩 자라난다. 평소 왕래가 거의 없는 시집 식구들이 모일 것이고 세 식구 지내는 집에 모처럼 말소리, 웃음소리가 넘쳐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두 번 모이는 자리이다 보니 보고 싶은 얼굴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많을 것이어서 음식 준비를 비롯한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아지고 몸이 고단한 것쯤은 기꺼이 감수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기대와 달라서 실제로 식구들은 차례나 제사 지내는 시간에 딱 맞추어 왔다가 끝나면 바로 자리를 뜨기 일쑤였고 그나마 거르는 일이 잦았다. 그러니까 소곤거리는 말소리나 눈웃음은 찾아보기 어렵고 도와줄 손길 하나 없는 일거리는 고스란히 남은 셈이었다. 해마다 그런 일이 반복이 되고 보니 추석이나 설날은 일꾼이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힘겹고 부담스러웠다. 명절 아침, 차례를 지내고 잠시의 북적거림이 사라진 후의 정적이 견디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나를 위한 명절을 스스로 마련해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 건 바로 그때였다. 크리스마스다.



교회도 성당도 나가지 않지만 무사히 한 해를 마무리함을 감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즐겁게 맞이하고픈 마음을 담아 12월 내내 준비한다. 우리끼리니까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마음껏 욕심을 부린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선물과 음식을 준비해서 왁자지껄 소란스럽고 부산하게 즐기면서 한 해를 보낸다.



12월이 되면 일용품마저 포장을 해 버리는 우스운 버릇이 생겼다.

양말 서랍에 양말을 넣어두면 ' 못 보던 양말인데~~'

포장을 뜯지 않은 양말을 주면 '아! 새 양말이네!'

트리 아래에서 포장을 풀어 양말이 나오면

'앗!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양말이야~~'

그래서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해마다 넘치게 풍요롭고 즐겁다.

어차피 필요한 물건들인데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이라고 주면 더 즐겁지 않겠는가 하는 내 생각이 식구들에게도 전해져서 12월은 모두 즐겁게 선물을 준비하는 덕분에 해마다 트리에는 선물 봉지가 주렁주렁 과일처럼 매달린다. 온갖 것이 다 선물이 되고 기쁨이 되어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는 12월 내내 이어진다.



겨울 초입에 접어들면 식구 중 누군가가 입을 연다. 이제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우리만의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외롭게 수고한 나를 위한 위로의 계절이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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