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었을까요? 무료한 어느 날 오후 양초 조각을 찾아서 냄비에 녹였던 기억이 납니다. 보라색 크레용을 조금 잘라서 넣고 실을 꼬아서 심지를 만들었습니다.
오목한 작은 그릇을 찾아서 심지를 넣고 보라색 양초를 부어서 굳혔습니다.
그 초가 내가 처음 만들어 본 초입니다.
전후 사정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초의 모양과 색,
그리고 심지에 불을 붙이고 초가 녹으면서 촛농이 생기던 순간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주말에 책 한 권을 받았습니다.
'플레잉 캔들'이라고 향초와 디퓨저에 관한 DIY 북인데 별 모양 티라이트를 만드는 키트가 딸려 와서 만들다가 오래 전의 내 모습이 생각난 거예요. 그래요. 나도 한 때는 중학생이던 적이 있었던 거군요.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 초를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한 걸까, 그 초는 끝까지 잘 탔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초는 금방 만들어졌습니다. 48시간 정도 숙성하고 태우면 좋다고 나와 있지만 지금 그중 하나에 불을 붙여서 책상 위에 놓아 두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아로마 오일도 듬뿍 넣었더니 제법 향기도 좋습니다.
오늘 오후 2시 반에 마무리 공사를 위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오기 전에 잠시 마당에 나갔다가 이렇게 예쁜 낙엽들을 보게 된 거죠.
붉은 건 블루베리 잎이고 노란 건 밤나무 잎이에요.
삼색 제비꽃이 여전히 피어있는 화분들, 이제 정리를 할 때입니다.
공사 끝난 기념일까요?
담당 여직원이 목화송이와 붉은 소국이 섞인 꽃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오늘은 간단히 끝날 줄 알았는데 역시나 오래 걸렸습니다.
어둑해진 시간, 여전히 비가 내리는데 그들은 떠나고 나는 부엌에서 물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 저녁을 보냈습니다.
창문을 닫았는데도 빗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가을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내리나 봅니다. 이 비가 그치면 우리의 작은 마당에도 겨울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