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문숙 Feb 22. 2016

2016.2.22

보편성과 개별성

                                                                                                                                                                                                                                                             

태어나면 누구나 자라고 어른이 되고 늙는다. 
살다 보면 다치기도 하고 병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다. 
그걸 보편성이라고 하겠지. 
그러나 나 자신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에 관해서라면 다르다. 
모든 아픔과 괴로움과 우울과 슬픔은 그래서 또 개별적이다. 
독감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곤 금방 잊고 마는 사람도 
가족 중의 누군가가 독감에 걸리면 걱정스럽고 겁이 난다. 
보편성은 그렇게 개별성과 등을 맞대고 있다. 
보편성의 영역에서 무미건조했던 감정들이 개별성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관심이 되고 사랑이 된다. 


세상에 안 아파본 사람이 있을까?
실패나 좌절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도 없을 거다. 
그건 보편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감을 할 줄 안다. 
당해봤으니까, 겪어봤으니까 그 심정이 어떤 줄 아는 거다. 
죽을 만큼 아파봤으니 내가 지금 당장 아프지 않더라도 함께 아파해줄 수 있는 거고 
그럴 때 공감은 위로가 된다.


그런데,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누구나 다 그렇다고 ,
나도 그래 봤다고, 
그러니까 그냥 넘기라고,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유난 떨지 말라고 하면 그건 공감의 탈을 쓴 무관심이 된다. 
내 행운을 함께 기뻐해 주고 내 우울을 함께 견뎌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의 무관심은 
낯선 이의 무심함보다 더 큰 상처가 된다. 
아마 그래서인가 보다. 
친구나 가족에게도 하지 않는 말을 SNS에 털어놓는 것은.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에게라도 위로를 받고 싶은 가여운 나의 이웃들에게

한 잔 건네고 싶은 밤.                                                    

작가의 이전글 2016.1.2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