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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Mar 30. 2016

2016.3.29
기억

                                                                                                                                                                                                             

어렸을 때 엄마는 시간이 참 많은 어른으로 보였다. 낮잠도 자고, 이웃집 아줌마랑 수다도 떨고, 장에 가면 돌아올 줄 모르고, 며칠씩 외할머니 댁에 가 있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항상 집안은 깨끗하고 밥상은 푸짐했으며 맛났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아침부터 계속 생각 중이다. 아침 5시 40분에 알람이 울려 일어나 아이 깨우고 간단히 도시락 싸서 내보낸 후 남편과 아침을 먹었다. 



올리브 절임을 만들고 말라 비틀어진 마늘 자루를 탈탈 털어 비우고 담요를 세탁기에 돌렸다. '반찬에 가까운 보존식 샐러드'라는 다소 촌스러운 이름의 요리책에서 남편이 고른 구운 야채샐러드를 만들어 점심을 먹고 나니 벌써 오후 3시다. 



앵두꽃을 보면 항상 엄마 생각이 나는데 여태 세수도 못하고 보내버린 하루가 왠지 억울해서 오늘 아침부터의 내 행적을 기억 속의 엄마의 하루와 비교해본다. 뭐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 잘하는 것 같지도 않은 일상. 어제 저녁에도 책상 앞에 앉자마자 꾸벅꾸벅 졸다가 9시도 되기 전에 자버리고 말았다. 뭘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시겠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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