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그냥 여느 때의 여름처럼 마당정리를 하는 중이다. 줄기가 말라 비틀어져서 손만 대면 바스러질 것처럼 보이는 안개꽃 덤불을 걷어내니 어린 안개꽃 싹들이 촘촘하게 돋아나있다. 앵초잎을 뜯으면 앵초싹이 보인다. 그렇게 물망초도 들깨도 바질도 이 늦여름에 새 날을 시작하는게 기특해서 눈물겹다. 얼음 속에서 지난 겨울을 난 어린 금붕어들은 이제 제법 커서 어미를 따라다니며 노닌다. 세상 모든 것들이 아무 것도 안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입으로 발로 시간을 잘게 부수며 몰아치던 내가 그동안 뭘 했는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사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생명들이 가꾼 꽃밭과 손바닥 연못을 본다. 나는 이 여름에 뭘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