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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May 02. 2017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마당에서 뽑아 들어온 쪽파 한 움큼에 힘이 날 때가 있다. 동그랗고 단단하고 매끄러운 뿌리에 무딘 칼 날이 미끄러지면 웃음이 난다. 쇠로 만든 칼을 튕겨내는 파뿌리라니! 오월에는 겨울을 난 쪽파 같은 사람이 되어 볼까. 강하고 모난 세상에 부드러움으로 맞서기. 손아귀의 힘이 모자라 병뚜껑을 열 때마다 용을 쓰고 기어이 분통을 터뜨리는데 때로는 그마저도 소용이 없어 남의 힘을 빌릴 때도 있지만 아직은 할 수 있는 일이 할 수 없는 일보다는 많을 거라 생각한다. 가시가 돋치고 갈색이 짙은 거친 두릅을 끓는 물에 데쳐서 나물로 하거나 싱싱한 꽈리고추를 쪄서 참기름에 버무려 접시에 담은 후에 마당으로 난 문을 열고 이제는 들어오라고, 계단 아래에서 이층을 향해 내려오라고 소리치는 것 말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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