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멈출 때가 있다. 유난히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만났을 때,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을 때, 내가 꺼내지 못한 감정들이 단어와 문장의 옷을 입고 햇살 아래 선 것을 볼 때다. 그때마다 망설인다. 페이지를 접을까, 밑줄을 그을까, 수첩에 옮겨둘까, 멈칫하다가 그냥 넘어갈 때도 있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둘 때도 있고 또박또박 베껴둘 때도 있다. 항상 나중에 궁금한 건 그냥 넘어간 부분이다. 표시를 해둔 것들 모두를 뒤져봐도 찾는 문장이 없을 때의 열패감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렇게 책 전체를 다시 훑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는 것도 같다.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 좀 더 꼼꼼하게 할걸, 내가 양보할걸, 한 번 더 참을걸, 정성을 더 들일걸, 온갖 순간들이 아깝다. 책이야 다시 읽어가면서 찾아보면 되지만 지나간 순간은 다시 살 수 없으니 더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