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 아워스]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 레너드는 밥 먹자는 말을 자주 한다. 아침에 계단을 내려오는 버지니아에게 아침을 먹었느냐고 묻고, 점심은 마주 앉아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자고 청하기도 한다. 말도 없이 나가버린 버지니아를 런던행 기차가 서는 역 플랫폼에서 발견했을 때 하는 말도 집에 가서 밥 먹자는 것이었다. 종일 넬리를 고생시켰으니 가서 밥을 먹어야 한다고. 둘은 온 힘을 다해 싸운다. 죽음과 리치몬드,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차라리 죽겠노라고, 자기는 시골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울먹이는 버지니아에게 레너드가 런던으로 가자며 고개를 끄덕인다. 널뛰듯 했던 감정들이 수그러들었을 때 레너드가 하는 말.
"시장한가? 난 시장한데."
집으로 돌아가면서 버지니아가 레너드에게 삶을 회피하면 평화를 얻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데 내게는 가끔(왜 가끔이냐면 이미 이 영화를 수십 번쯤 봤기 때문이다) 그 말이 가서 밥 먹자는 말로 들린다. 배가 고프면 너그러움도 참을성도 없어지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버지니아는 그날 밥을 먹고 나서도 계속 허기가 졌을 것이다.
[줄리 앤 줄리아]에서 줄리와 에릭도 싸운다. 싸움 뒤에 집을 나가버린 에릭이 며칠 만에 돌아왔는데 집 앞에서 마침 장을 봐 돌아오는 줄리를 만나는 장면이 있다.
"돌아온 거야?"
"저녁 메뉴는 뭐야?"
일찍 결혼한 친구를 만나면 우린 입을 벌리고 그녀의 신혼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봄날, 서로 고함을 지르면서 싸우고 난 뒤 남편이 나가버렸단다. 어둑해질 무렵에서야 돌아온 친구의 남편이 한 말은
" 딸기 먹고 싶어."
둘은 나란히 딸기를 사러 나갔다는 이야기.
싸움 뒤의 침묵에서 벗어나야 하긴 하지만 우린 왜 항상 먹기인가? 일상을 이겨낼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 제일 위에 언제나 먹기가 있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세 번의 식사를 하고 커피 두 잔, 초콜릿 세 알을 먹었다. 제임스 설터는 [위대한 한 스푼(365일 미각 일기)]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