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로니스의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는 듯이 보인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찻집, 어쩌다 마주친 풍경과 그 속의 사람들, 기적처럼 비추는 햇살 속에 열망과 기대, 꿈, 나른함, 지루함, 흥분, 자유와 포기와 무심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윌리 로니스의 카메라 앞에서 행복을 연기하는 셈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행복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상황의 한 형태라는 걸 절로 알게 되고 만다. 그러니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오늘을 담보로 맡기듯이 포기할 것이 아니라 마주하는 매 순간마다 집중할 것, 그것이 무엇이든 그가 누구이든 간에.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볼 것. 그리고 가능하면 기록할 것. 글이든 사진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