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새로 올라온 피드를 보다가 '이제 커피도 정기 구독하세요' 란 광고를 보았다. 아마 커피를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말하나 보다 싶었다. 정기배송 대신 정기구독이란 단어를 사용하니 생소하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져서 장난 삼아 검색창에 정기구독을 입력해봤다. 커피뿐만이 아니었다. 꽃 정기구독, 샐러드 정기구독, 식빵 정기구독도 있다. 신문이나 잡지 등의 정기간행물의 정기구독도 물론 있다. 아마도 정기적으로 물건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통틀어 정기구독이라 하는 모양이었다. 단어의 새로운 쓰임에 익숙해지는 것도 어제 지인이 언급했던 '시대의 흐름을 읽는 일'에 포함될 수 있으려나.
요즘은 꽃이 보고 싶으면 구근을 사서 물을 갈아주며 기다릴 게 아니라 제대로 핀 꽃을 사는 게 낫다고 한다. 색색의 히아신스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송이도 실하고 예뻐서 구근을 키우느라 수고하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검색창에 꽃 이름을 입력하고 클릭을 몇 번 하면 다음날 아침 상자에 담긴 꽃이 집 앞에 놓이는 시대인 것이다. 꽃 정기구독에 히아신스가 제외될 이유는 없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지만 어쩐지 구근은 꽃시장에 가서 손으로 만져가며 골라와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편리함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봄은 아직 멀리 있는데 구근을 지켜보는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겨울을 견딜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겨울이 깊어지면 유리병에 물을 담고 구근을 올려놓는 일을 거르지 않는 종족의 후예일 것이다. 뿌리가 나길 기다리고 싹이 트면 환호하고 꽃이 피면 향기를 맡느라 코를 갖다 대는 일을 되풀이할 것이다. 구근을 기르는 일의 핵심은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리는 건 내가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보잘것없고 쓸모가 없는 일이어도 상관없다. 하물며 그 끝에는 언제나 수긍할 수 있을 만큼의 꽃이 피어나는데! 비록 '시대의 흐름을 읽는 일'이 될 수 없다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