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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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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Jun 02. 2021

등단 소식

<시와산문> 신인 문학상


  지난겨울은 멍하니 앉아서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숲으로 난 작은 창을 자주 바라보았습니다. 앉은 자리에서는 곧게 뻗은 나무들이 우람하게 서있는 모습이 보였고 침대에 누우면 나무 우듬지에 내려앉은 햇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벌거벗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면 좋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언제 묻든, 어떻게 시작하든 질문의 끝은 읽기와 쓰기에 닿았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면 될 거라고 나무들이 알려준 것도 같습니다.   


  

  물론 이미 출간한 책들이 있습니다. 출간을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던 글들이 토대가 되었습니다. 글을 만지면서 뜨거웠던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자신은 없었습니다. 쓰는 사람으로 행복했던 시간은 출간과 동시에 사라져서 나는 금세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돌아갔습니다. 끝내지 못한 글들이 쌓여갈수록 의심도 커졌습니다. 여전히 앉아만 있던 어느 날 문득 일어나 원고를 들고 우체국에 다녀왔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부끄러웠습니다. 믿음을 주지 못했던 사람도, 믿지 못했던 사람도 모두 자신이었기 때문이지요. 계속 써도 되겠다는 허락을 받은 듯해서 안도하고, 시작하는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어 기쁩니다.      


  글쓰기는 쉬이 넘어가지 않는 날들을 버티고, 점점 거세지는 소란을 잠재우려는 시도입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굳이 고집하는 이들의 마음을 닮겠습니다. 작은 것들, 찰나, 새벽빛, 산들바람, 새싹, 옛이야기, 꽃봉오리, 웃음소리, 마른 잎, 붉은 열매, 속삭임 같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보이는 것들 너머 아직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을 열심히 읽어주었던 분들, 독자들, 이런저런 제안들로 계속 쓸 수 있는 힘을 나누어 준 이들, 글쓰기 선생님 같았던 편집자들께 감사합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작은 심부름도 시키지 않았던 엄마, 내 작은 세계의 파수꾼인 남편과 아이에게도 사랑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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